산업단지, AI, 그리고 데이터센터: 새로운 교차점

Innovative RE 100 산업단지를 향하여

by 청윤

산업단지, AI 시대의 새로운 거점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산업단지는 오랫동안 제조업과 무역의 심장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산업단지는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바로 AI 시대를 뒷받침할 데이터센터의 핵심 입지로 주목받고 있는 것입니다.


왜 산업단지가 국가 AI 전략에서 중요한가?

데이터센터는 단순히 서버를 모아둔 창고가 아닙니다. 넓은 부지, 막대한 전력, 초고속 네트워크가 동시에 필요한 미래 인프라입니다. 그러나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입지는 점점 드물어지고 있습니다. 산업단지는 이러한 요구를 충족하며 AI 인프라 구축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넓은 부지: 도심에서 대규모 부지를 확보하기는 어렵고 비용도 막대합니다. 산업단지는 연속적이고 대규모 부지를 확보할 수 있어 최적의 입지입니다.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 철강·자동차·화학 등 전력 집약적 산업이 이미 들어서 있어, 전력망과 기초 전력 공급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연결성: 항만·고속도로뿐 아니라 최근에는 초고속 광케이블까지 연결되어, 대규모 데이터 전송에 유리합니다.


얼핏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산업단지와 데이터 센터는 만나면 서로의 생산성을 높이는 든든한 동반자가 됩니다. 산업단지는 데이터 센터가 필요로 하는 안정적인 전력망과 재생에너지, 물 등의 기반 자원을 제공합니다. 데이터 센터는 그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발생한 폐열을 산업단지나 다른 기업에 다시 돌려주거나 전력 수요를 조율해 단지를 더 스마트하게 만듭니다.


또한 데이터 센터는 단지 안팎 기업들에게 AI와 빅데이터의 두뇌 역할을 해 줄 수 있습니다. 공장의 생산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 절감을 돕고, ESG 관리까지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죠.


데이터센터 설계와 운영에 있어서 또다른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재난 회복력 (resilience)' 입니다. 홍수, 지진, 폭염 같은 기후위기 속에서도 데이터센터는 멈출 수 없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산업단지는 친환경성을 넘어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설계가 필수적입니다. 제가 주 저자로 참여한 세계은행 보고서 Resilient Industries: Competitiveness in the Face of Disasters 에서도 바로 이러한 ‘재난 대응형 산업단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다양한 해법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실제 사례

이미 여러 나라에서 산업단지를 활용한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2025년 6월, AWS와 SK는 울산 미포 국가산업단지에 103MW 규모, 4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GPU만 6만 개 이상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AI 데이터센터가 될 예정입니다.


튀르키예 (Türkiye)에서는 앙카라의 바슈켄트 OIZ에서 Khazna Data Centers가 100MW 규모의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습니다. 태양광, 재활용수, 친환경 냉각 기술을 도입해 지속가능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IMG_6055.HEIC SK와 아마존웹서비스(AWS), 울산광역시가 함께 추진하는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울산 미포산업단지. (자료: 저자 제공)


정책적 시사점

산업단지는 이제 단순한 제조업 거점을 넘어, AI와 데이터 경제를 떠받칠 핵심 인프라로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는 에너지와 물을 대규모로 소모하는 시설인 만큼, 기존의 입지 경쟁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산업단지는 기업의 단순 집적 입지를 넘어 친환경 인프라, 재난 대응력, 사회적 가치 창출을 동시에 담아내는 종합적 모델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는 단지 기업 효율성 문제를 넘어, 국가 차원의 AI 전략, 산업정책, 기후 대응과 직결됩니다.


세계은행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이 제시하는 국제 생태산업단지 프레임워크는 이미 방글라데시, 튀르키예, 모로코,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에서 적용되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의 생태산업단지 사업이 이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지요. 이제는 그동안 쌓아온 산업단지 개발·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AI와 지속가능 산업단지를 결합한 새로운 선도 사례를 만들어갈 차례입니다.


IMG_6431.PNG 베트남, 인도네시아, 아이티, 브라질 대표단이 세계은행·UNIDO 전문가,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들과 함께 스마트팩토리 테스트베드를 방문한 모습. (자료: 저자 제공)


궁극적으로 산업단지가 친환경(Eco) + AI 전환(AI-driven transformation) + 회복력(Resilience) + 사회적 가치(Social Impact)를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때, 그 안에 들어서는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기술 인프라를 넘어 기업들의 AI 전환을 뒷받침하는 촉진자이자, 국가 경쟁력과 글로벌 AI 생태계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입니다.


참고문헌

World Bank (2020). Resilient Industries: Competitiveness in the Face of Disasters. Washington, DC: World Bank.

UNIDO, GIZ, World Bank Group (2021). International Eco-Industrial Park Framework.

AWS & SK (2025, June). Press release on Ulsan hyperscale AI Data Center investment. (보도자료 참고)

Khazna Data Centers (2024). Press release on Ankara OIZ AI Data Center project. (보도자료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