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끼는 후배가 먼저 다른 곳으로 갔네요

이상한 나라의 팀장 37, 더 넓은 곳으로 가려는데 막을 수 없지요.

제가 실장 때 뽑았던 신입사원 중 한 명입니다.


최종 면접 시에도 본인의 지식과 역량을 자신 있게 피력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을 정도로, 면접자 중에서는 군계일학(群鷄一鶴)이었습니다.


입사 후 맡은 업무를 수행할 때 지독스러울 정도로 몰입하는 태도, 부족한 부분을 빠르게 메워가는 노력,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이를 업무와 접목시키고자 하는 자세 등 또래 신입사원에 비해 눈에 띄게 출중한 친구였습니다.


“신은 모든 것을 주시지는 않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만 개인 삶의 영역에서 어떤 부분은 특별한 축복을 받았다면, 다른 부분은 어려움이나 부족함을 겪을 수 있다는 뜻도 있지요.


이 친구는 업무 역량에 대해서는 신의 특별한 축복을 받은 것이 확실하지만, 조직 적응이라는 부분에서는 부족함이 상당하였습니다.


신입사원 초기 때는...

빠르게 이해하고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조용한 직원.

자신의 일에 최고가 되려고 노력하는데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불만이 있는 직원.

자신보다 못한 직원에 대해 도통 이해하지 못하는 직원.

조직에서 자신의 실력이나 역량이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는 직원.

무능한 선배는 무시하고 도태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직원으로 차즘 변화가 되더군요.


이러다 보니 직원들 사이에서는 똑똑하고 역량이 있는, 하지만 예의 없고 괘씸한 직원이라는 꼬리표가 붙었습니다.


똑똑한 친구의 장점이 하나 더 있다면, 바로 본인의 상황을 잘 안다는 것이지요.


개인 면담

어느 날, 커피 한 잔 하자고 합니다.


조용한 회의실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다른 팀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라고 하더군요.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라 생각을 하고 있다 보니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후배 팀장을 통해 이 친구의 타 부문 이동에 대해 언질을 받기도 했고요.


이 직원이 떠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현재의 팀에서는 더 이상 배울 것도 없고, 장래를 위해 더 크고 넓은 곳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두 번째는 팀 내에서 본인에 대해 불편해하기도 하고, 본인도 무능한 직원들과 어울리는 것이 싫다는 것입니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니네요.


옮길 곳은 요즘 뜨고 있지만, 이름도 생소한 ‘AI 마케팅팀’이라고 합니다.

평소에도 AI 쪽에 관심도 많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친구이니 맞춤형 팀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미 결정된 사항이니 더 이상 왈가왈부할 것은 없습니다.

새롭게 간 팀에서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너의 역량을 제대로 보여줘라"라는 말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남들은 어떻게 볼지 모르지만, 제 눈에는 상당히 재능이 있는 유망한 사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좀 더 좋은 환경과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면, 그리고 신뢰를 기반으로 권한을 위임하며 꾸준히 새로운 프로젝트를 완성시킬 수 있도록 하였다면, 굳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는 않았을 것인데 하는 아쉬움 또한 남습니다.


이제 갈 곳은 새로운 미지의 영역이지만,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었으면 합니다.


슈퍼맨이 가슴에 ‘S’ 자가 크게 새겨진 옷을 입고 하늘을 날 듯이...

아이언맨이 가슴에 ‘아크 리액터’를 넣고 슈퍼 히어로가 되었듯이...


자신에게 맞는 멋진 옷을 입고, 최고의 역량을 갖춘 직원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글쓰고 달리고.pn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