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으면 즐겁게 인터뷰해야겠지요 (D-37)
산본에는 이마트 여러 지점 중 한때 전국 매출 1위도 한적 있는 '산본 이마트점'이 있습니다.
저한테는 운동 삼아 인근 공원에서 걷기 운동을 한 후, 참새가 방앗간을 들리 듯이 잠시 들렀다가 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1층을 들어서면 바로 음식료품 매장인데 이곳을 지나다 보면 많은 시식코너가 있습니다.
웬만한 시식코너는 그냥 무심하게 지나치는 편인데, 제일 좋아하는 만두와 동그랑땡 시식코너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반토막난 만두, 반달 모양의 동그랑땡을 이쑤시게로 폭 찍어 입에 넣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먹은 후에는 물건을 사야 한다는 생각이 꼭 든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아내에게 '부탁 반, 사정 반'을 하여 제품을 구입을 한 경우가 제법 됩니다.
아마 저 같은 사람들을 유인하기 위해, 마트의 시식코너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지난번 인사팀에서 회사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사진과 사연이 있으면 보내라고 해서 보냈더니, 감사의 선물로 치킨 한 마리를 기프티콘으로 보내왔더군요. 이게 받아먹을 때는 좋았는데...
퇴직을 한 달여 정도 남겨 놓은 시점에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가 온 이유는 지난번 보내 준 사연이 선정되었다며, '정년 퇴직자 인터뷰'를 부탁하는 것이었습니다.
원래 부탁을 잘 거절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닐 것 같기도 하고, 퇴직 기념도 될 것 같아 쉽게 하겠다고 승낙을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에 추가로 온 메일을 보니 부담이 가더군요.
사무실 내 촬영 장비를 갖고 와서, 무려 4시간 동안 일하는 모습과 직원 인터뷰 등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그냥 간단하게 대면 인터뷰 정도라고 생각한 것인데 일이 커졌습니다.
문자를 통해 추가로 받은 예상 인터뷰 내용은 이렇더군요.
- 첫 출근 당시 기억이 나시나요? 어떤 모습이셨나요?
- 그날의 나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 첫 업무를 떠올리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 회사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 동료/선후배와의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다면?
- 당시에는 큰 일이었지만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 회사에서의 시간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 2026년 1월 1일, 어떻게 시작하고 싶으세요?
- 제2의 인생에서 꼭 해보고 싶은 도전이 있다면?
- 공유해 주실 만한 옛 사진이나 자료들이 있으시면 당일 지참해 주세요
한 번 쭉 읽어 봤는데 바로 생각이 나는 것도 있고, 그저 막막한 항목도 있습니다.
갑자기 괜히 승낙을 했나 하는 후회도 생기네요.
직장생활을 35년 정도 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기는 합니다.
아무리 어려운 일도 시간이 흐르면, 그 결과가 어찌 되었던 상관없이 해결은 된다는 것입니다.
매우 좋은 결과일 수도, 무척 나쁜 결과일지도 모르지만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미국 심장 전문의 로버트 엘리엇의 저서 <스트레스에서 건강으로>와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나온 말입니다.
저에게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시기에 큰 도움이 되었던 명언입니다.
이미 시작된 일이니 즐기면서 멋지게 인터뷰를 하고자 합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