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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서현 Mar 04. 2024

[영화 리뷰] 파묘

진한 색채, 매듭짓지 못한 참신함

본 리뷰는 강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독자가 영화를 전부 감상한 것을 전제로 서술하였습니다.
본 리뷰는 필자가 느낀 영화 <파묘>의 뚜렷한 특징들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관객을 사로잡는 영화의 색깔

  <파묘>에서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 관과 굿, 그리고 풍수는 전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선에 존재하는 소재들이다. 그 소재들은 그 자체로 새롭고 특별할 뿐 아니라 스크린 속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며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미신적 소재들의 훌륭한 조합은 <파묘>의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이다.

  필자는 <파묘>가 지루할 틈이 없는 흥미진진한 영화인 이유로 관이라는 핵심적인 소재를 꼽는다. 관은 '안에 뭐가 있는지 궁금한 것'이기에 관객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사로잡는다. 관이 등장한 이후로 관객의 관심사는 '저 관 안에 무엇이 있을까?'로 좁혀지고, 집중하게 된다. 또한 관은 '절대 열려서는 안 되는 것'이기에 존재 자체로 관객의 긴장감을 유지시키고, 열리는 순간 폭발시킨다. 즉 <파묘>에서의 관은 그 자체로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고 유지시키며 터뜨리기까지 하는 만능 소재이다.

  혼령, 정령에 대항하는 방법으로서의 굿 또한 인상 깊었다. 주목할 것은 그 새로움이다. 기존 공포영화에선 볼 수 없었던 '굿을 통한 문제 해결'은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았으며 영화의 큰 차별점이자 매력이 되었다. 유치하거나 허술하게 연출될 수 있는 소재지만 배우들의 좋은 연기로 스크린 속에 매끄럽게 녹아들었다. 굿을 하는 장면은 그 신선함을 통해 관객을 스크린 속으로 빨아들이고 긴장을 고조시킨다.

  관과 굿이라는 소재가 <파묘>의 매력 포인트라면, 이들이 빛날 수 있게 영화 설정의 기저를 든든히 바치고 있는 기둥은 바로 풍수이다. 풍수는 관의 불길함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두 번째 관을 매장한 이유가 되는 등 세계관을 구축하고 스토리에 설득력을 불어넣는다.


  집중할 대상의 명확함

<파묘>와 <추락의 해부>

  필자가 <파묘>를 보며 느꼈던 것은 매 순간 관심을 가질 대상이 명확하다는 것이었다. 관객은 '저 관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부터 '저 관이 열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관 안에 있던 것은 어디로 갔을까?' 등 항상 하나의 미스터리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즉 흥미진진한 의문들이 하나하나 펼쳐지기에 관객은 의문과 해소를 반복하며 영화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된다. 관객에게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추락의 해부>같은 영화와 달리, <파묘>는 관이라는 소재를 통해 관객을 적극적으로 리드한다.


  참신했으나 매끄럽지는 못했던 시도

  공포영화에서 공포의 실체를 등장시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우리가 느끼는 공포는 대부분의 경우 그 실체의 불명확함으로부터 기인하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무엇이 등장할지 알 수 없음과 이에 따른 긴장감이 공포 영화의 묘미이다. 하지만 <파묘>에서는 관 속의 공포가 오니로 현현한다. 이는 다른 공포영화에서는 흔히 볼 수 없었던, 매우 신선한 시도이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어색함이라는 결과로 나타났고, 오히려 후반부 내용의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었다. 관객이 영화에 공감하려면 먼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파묘>의 오니는 낯설었던 것을 넘어 납득하기 어려웠다. <파묘>의 전반부는 '진짜 있을 법함'이라는 현실과의 밀접성을 기반으로 설득력과 긴장감을 성취했으나, 오니가 등장하고 나서부터는 현실과의 괴리가 갑자기 극명해진다. 그 괴리는 오니가 불로 변하여 날아다니는 시점에서 절정에 달한다. 현실 속에 판타지가 들어온 것이다. 이 괴리는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하게 느껴진다. 최민식이 오니를 해치우는 장면에서 내세우는 풍수지리를 이용한 싸움도 뜬금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오니는 기원부터 활동, 절멸까지 전부 고개를 끄덕이기 힘든 소재였다.


  마치며

   공포의 기원을 직접 등장시키는 것까지는 참신하고 좋았으나 이후 잘 처리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였다. 그러나 오직 이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요소들이 있고, 공포 영화의 근본에 충실한 짜릿함도 잘 살렸기에 추천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파묘>가 훌륭한 구성을 갖춘 명작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분명한 색채를 지닌 특별한 영화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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