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서현 Mar 08. 2024

[영화 리뷰] 가여운 것들

인간보다 인간적인 관점으로 본 세계

 본 리뷰는 강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독자가 영화를 전부 감상한 것을 전제로 서술하였습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가여운 것들>이 전하는 사회적 메시지를 이야기하는 리뷰는 많이 있기에, 이 리뷰에서는 영화의 메시지보다는 그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과 구성, 그리고 미학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가여운 것들>의 구성

<가여운 것들>은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영화인가? 백지상태의 피조물인 주인공 벨라가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가지를 경험하며 '~는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주제를 다루는 영화이다. 육체적 쾌락도, 현실주의도, 이상주의도, 남성 우월주의도 벨라의 무심한 시각에 의해 가차 없이 평가된다. 이런 평가는 인간에게 그것들이 본질적으로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것이고, 더 나아가 우리는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주인공 벨라

엠마 스톤이 연기한 '벨라'

  벨라는 어른의 몸을 지녔기에 제약 없는 경험을 할 수 있고, 아이의 뇌를 가졌기에 어떤 것에 대해서도 가치중립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이런 벨라에 의해 평가받는 대상들을 관찰하는 것이 <가여운 것들>의 백미이다. 불필요한 예법은 귀찮고 역겹다는 것, 피폐해진 인간성을 지켜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것, 섹스에 대한 본능적 지향 등이 이를 통해 드러난다. 벨라는 온몸을 다해 부딪치고 경험하고 기뻐하고 슬퍼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피조물' 벨라가 무언가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그것을 처음 마주하는 인간이 느끼는 가장 '인간적인' 감정을 의미한다.


  만남과 경험, 그리고 변화

  이 영화는 주인공 벨라의 수많은 만남과 경험으로 가득 차 있다. 벨라가 만나는 사람들은 바람둥이부터 시작해서 귀족들, 이상주의자, 현실주의자, 매춘굴을 찾는 사람들까지 다양하다.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은 주인공 벨라로 하여금 점점 고차원적인 의문에 이끌리게 만든다. 섹스와 맛있는 음식에만 관심을 보이던 벨라는 점차 인류애와 자유의지로까지 그 관심 영역을 넓혀 간다. 인간의 성숙을 통해 점점 고차원적인 주제를 다루는 영화의 구성이 무척 흥미롭다.


  비주얼과 음향

  평행세계의 지구에 온 듯한 각 장소의 비주얼이 경이롭다. 색감과 설정, 분위기 모두 무척 충만했으며 하나의 패키지로 된 아름다운 경험과도 같았다.

  흑백의 화면과 불편한 음악, 엠마 스톤의 걸출한 연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자아내는 기괴함은 주인공 벨라의 피조물적 성격과 인간으로부터의 괴리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구도나 촬영기법 또한 수시로 바뀌며 형형색색의 미장센을 구성했고, 쉴 새 없이 관객을 엔터테이닝했다. 전반적으로 기묘하고 환상적이었고, '어딘가 뒤틀린 것 같은' 느낌을 계속 받을 수 있었다. 감독이 원하는 그대로 표현해내는 그 기술이 놀라웠고, 아트웍적인 부분에서 무척 두드러지는 영화였다.


  마치며 - 여담

  대단히 흥미롭게 본 영화.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은 영화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역시 엠마 스톤의 연기력이었으며, 곧 있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는 것을 기정사실로 만드는 듯한 연기였다. <가여운 것들>의 모든 요소들이 입을 모아 외치는 기괴함과 환상성은 오직 이 영화의 색채이며 특별함이 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리뷰] 파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