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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서현 Feb 24. 2024

[칼럼] 예술은 특별함이다

우리는 무엇에 이끌리는가

  

  노을은 왜 아름다울까? 해가 보통의 모습을 아주 잠깐동안만 벗어나는 특별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 순간의 특별함이 자연현상일 뿐인 노을을 아름답게 치장한다. 슈퍼문이나 오로라가 아름다운 이유도 우리가 그 순간이 얼마나 특별한지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든 아름다움의 원천에는 특별함이 있다. 아름답다는 것은 특별하다는 것이고, 특별하다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멀어질수록 그것은 특별하고 아름다운 것이 된다.

  필자가 이 글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는 누구나 특별함을 사랑하고 발견하려는 경향을 가진 존재들이라는 것이다. 그 때문에 우리가 예술적이라고 느끼는 것,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들은 전부 어떤 방식으로든 특별한 것들이다. 이 글은 여러 작품들 속에 담긴 다양한 특별함을 통해 우리가 아름다움과 만족을 느끼는 원리에 대해 설명한다.


그 자체로 특별한 것

항상 비일상적이고 특별한 소재를 다루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작품 속 비일상적 소재는 그 자체로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볼 때 지루함을 느끼기 힘든 이유는 스크린을 채우는 요소들이 매우 이질적이기 때문이다. 그 이질성은 현실과 적절히 융합된 지브리 작품 속 세계에서 더욱 부각되며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한다. 비일상적 소재의 사용은 동화나 판타지가 오락성을 위해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전혀 특별하지 않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로는 예술을 할 수 없을까?


같은 소재도 다르게

특별한 표현법을 사용한 점묘화와 인상주의

  일상적인 소재를 다루더라도 비일상적인 관점이나 묘사를 통해 아름다운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 즉 같은 소재라도 이제껏 우리가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읽어내거나 표현해 내는 것이다. 점묘법이나 인상주의 화풍은 표현법의 특별함을 통해 일상적 사물도 아름답게 그려낸다. 멜로디가 아주 익숙한 노래라도 부르는 가수에 따라 특별함을 더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결핍이 일상이라면

  누군가 골대를 향해 농구공을 던진다. 그 사람을 알든 모르든, 공이 공중에서 포물선을 그리는 짧은 순간 숨을 죽이게 되고.. 골대를 뚫고 들어가는 순간 강한 쾌감이 느껴진다. 이게 바로 완성이 주는 본능적인 만족감이다. 완성이 만족스러운 이유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순간이 매우 특별하기 때문이다. 완성을 목표로 하는 한 우리의 일상은 결핍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완성되는 그 한순간을 향해 나아가는 상태가 우리의 일상이기에 완성과 성취는 한없이 특별한 하나의 지향점이 된다.


  무수한 다름 속에서 같다는 것

  예술에서 흔히 사용되는 장치로 비유, 반복, 공감 등이 있다. 이 장치들의 공통점은 유사성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두 대상이 지니는 공통점은 그 자체로 무척 특별하기에 우리에게 깊은 만족을 준다. 요컨대 우리는 비유 자체보단 비유를 통해 부각되는 유사성, 즉 두 존재가 하나의 성질을 공유한다는 특별한 사실에 아름다움을 느낀다.

 반복이 주는 아름다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전반부와 후반부에 위치한 두 씬의 반복으로 유명하다. 본 영화에서의 반복은 학생들이 키팅 선생님과 같은 마음을 하고 있음을 전하며 진한 울림을 준다.

공감이 주는 아름다움

  한편 영화 <4월 이야기>는 매우 소심하고 어리숙한 주인공을 내세운 영화이다. 주인공 니레노는 모든 일을 척척 진행해 나가기보단 여러 시행착오들을 겪는다. 누구나 서툴렀던 순간이 있기에, 여기서 관객들은 니레노와 스스로의 공통적인 경험을 발견하며 공감하게 된다. 그 특별한 연결고리는 그 자체로 오락적인 요소인 동시에 관객의  흥미를 유지시키는 강력한 장치이기도 하다. 누군가가 동문이나 동향인 것을 알게 되면 반가운 이유 또한 그 특별한 연결고리에서 오는 만족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


  마치며

  이 글에 적힌 여러 특별함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 글을 통해 아름다움과 만족이 특별함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관점을 알게 됐다면, 쏟아지는 문화 속에서 이런저런 특별함을 찾아내는 것은 여러분의 몫이다. 좋은 음악이 왜 좋은지, 좋은 연극, 영화, 게임, 책이 왜 좋은지에 대한 답이 전부 그곳에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한편 예술가라면 본인이 어필할 특별함이 무엇인지, 본인의 작품은 다른 작품과 본질적으로 어떻게 다르며 어떤 특별함에 호소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요점은 감상자가 보고 듣고 느끼는 그 무엇이 이전까지는 보지 못했던 무엇이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처음엔 혁신적인 것도 어느새 특별함을 잃고 옛 것이 된다. 따라서 뛰어난 예술가의 작품이라면 다른 작품들과 달라져야 하는 동시에 스스로의 과거로부터도 멀어져야 할 것이다. 그렇게 예술은 평범한 것과 일상적인 것으로부터 끊임없이 달아나며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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