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밤에
가을은
온 것인가 만 것인가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격렬하다
쏟아지는 빗소리에 마음이 촉촉이 젖어들어
습도 높은 감정속으로 빠져든다
방바닥은 닦아도 뽀송해지지 않고
기쁨도 슬픔도 눅눅할 것만 같다
이 낯선 여름도 아닌 가을도 아닌
빗줄기 소리가 귀에 꽂히는 밤
나무 같은 삶에
나뭇잎처럼 매달린 소소한 일상이
기쁜 잎으로 하나 떨어지고
슬픈 잎으로 하나 떨어지고
감동 잎으로 하나 떨어지고
설렘 잎으로 하나 떨어지고
들뜬맘 또 한 잎 떨어지고
차분함 또 한 잎 떨어지고
그렇게 삶이라는
찬란하고 아스라한 희노애락 잎들을 떨군다
나무는 고스란히 버틴다
따스한 생의 봄날도
열정적 생의 여름도
화려하고 쓸쓸한 생의 가을도
혹독하고 시려운 생의 겨울도
그렇게
비 오는 밤은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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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에 눅눅한 방바닥에 발이 쩍쩍 둘러붙고 방바닥처럼 마음도 같이 끈적끈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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