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렸다
내 너를 보려 밤잠을 설쳤다
칠 년. 고이 간직한 그 나날들
기꺼이 허락해 주어 벅차다
흐릿한 운무 속에 드러난 웅장함
나폴나폴 날리는 이파리 비에
사브작사브작 들뜬 발걸음
그 속에 들어가는 순간이 황홀하여라
자글자글 폭포가 뿜어낸 뿌연 입김에
살포시 수줍게 숨어버린 이끼 덮인 나무가
바위틈에 끼어버린 뽀얀 구름이
지나가는 바람에게 밀어달라 한다
마음이 홀려,
바스락바스락 바닥에 깔린 낙엽길 밟으며
바람이 나뭇가지 스치며
스스슥 소리에 귀가 간지럽다
하늘과 가까워질수록
손끝에 스치는 바위에
발밑에 밟히는 단풍에
온통 홀린 마음 뿌리고 간다
등 위로 쏟아지는 햇살과
저 멀리 달아나는 구름이
모든 게 눈앞에서 흘린다
내 너를 두고 간다
흘린 홀린 마음
주섬주섬 주워서
아쉬움에 자꾸만 뒤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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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높고 계곡이 깊어 안개가 끼고 언제나 흐린 것 같다 하여 붙은 이름. 남설악의 흘림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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