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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한국시리즈 LG가 역전하던 순간 감사 인사를 받다

야구에 진심

by 그리여

요즘 아이들을 설레게 하는 한국 야구 시리즈가 온통 관심사다. 표를 구하기에 실패하고 아쉬워 발을 동동거리더니 막내의 친구가 어렵게 지인 찬스로 표를 구했다. 표가 4장이었는데 친구와 같이 간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첫째 딸이 형부표도 구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막내는 같이 가는 친구 중에 LG팬이 아닌 애가 있는데 말해보겠다고 했다. 그 친구는 다음에 자기가 좋아하는 팀이 경기할 때 표를 구하는 걸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며 기꺼이 표를 양보해 주었다. 그렇게 사위는 입꼬리가 승천을 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였다.


평소 과묵한 사위는 야구이야기만 나오면 들뜬 소년이 되었다. 막내는 원래 야구에 관심이 1도 없었다. 그러다가 사위의 권유로 직관을 하였고, 그 이후로 몇 번을 가더니 야구광팬이 되었다. 유니폼도 구매하고 좋아하는 선수도 생겼다. 막내는 승요(승리의 요정)였다. 10에 8은 맞는듯하다.

막내가 LG팬이 되었던 그해. LG는 29년 만의 감격적인 우승을 하였다. 사위가 그 기사가 실린 신문을 간절히 갖고 싶어 한다는 걸 알게 된 내편은 회사에서 신문을 가져다주었다. 그랬더니 사위가 퇴근하고 득달같이 달려와 해맑게 활짝 웃으며 내편을 안았고 "아버님 감사합니다"라고 하는 거였다. 깜짝 놀랐다. 그렇게 귀엽게 애정표현을 하는 걸 처음 보았다. 사위는 이 신문을 액자에 넣어서 가보처럼 집에 전시해 두었다.


한국시리즈 2차전. 선발 투수로 류현진/임찬규. 어렵게 귀한 표를 구한 애들이 들떠서 야구장에 신나게 갔다.

퇴근을 하고 가야 했던 막내는 야근할까 봐 전전긍긍하였다. LG유니폼을 챙겨서 출근하는데 날이 추우니 따뜻하게 입으라 당부했다.

저녁에 핸드폰이 징징 울린다. 막내가 퇴근하고 가서 조금 늦었던 모양이다.

첫째 딸과(왼쪽) 사위가(오른쪽) 보낸 톡이다.


LG가 역전해서 이기고 있는데, 막내를 낳아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내편과 나는 깔깔거리고 웃었다.

결국 한화와의 경기에서는 LG가 승리를 하였다.

마지막 아웃카운트 잡고 끝

아이들은 표만 구하면 야구장으로 달려갔다. 구하기 힘들었지만 사돈어른까지 나서서 표를 구해주니까 야구에 대한 애정은 펄펄 끓었다. 엄청 더운 날에도 이마에 쿨링패치를 붙이고 얼음병을 안고 직관하러 야구장으로 달려가는 아이들을 보며 '정말 좋아하는구나' 하고 미소가 지어졌다.

야구장에 가진 않았지만 그동안 아이들이 직관하면서 보내준 사진으로 그 감동을 느낄 수가 있었다.

막내가 응원하는 임찬규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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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야구장만 가면 먹는다는 김치말이 국수(왼쪽), 엽떡과 치킨(오른쪽)


올해 아이들이 야구장에서 즐겼던 경기장면들이다. 스포츠에 빠진 아이들이 이 순간을 즐기는 걸 보니 좋다. 보는 것도 좋지만 직접 운동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별로 좋아하지 않았더라도 경기장에서 직관하고 나면 좋아하게 되는 게 스포츠인 거 같다.


아이들 회사에도 야구팬들이 많은가 보다. 테이블석에 앉아서 직관했다고 하면 엄청 부러워한다고 한다. 나는 보는 것보다 직접 하는 걸 즐기다 보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야구를 보러 가고 좋아하는지 몰랐다. 룰은 알고 있지만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데,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니 나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특히 이번 한국시리즈는 표를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고 암표가 엄청난 가격에 팔린다고도 한다. 그렇게 어려운 표를 구했으니 주변의 부러움을 살만도 하였다.

이 시간이 오래도록 유지되면 좋겠다고 들떠서 말하는 막내를 보니 내 기분이 더 좋았다.


다음 경기는 대전에서 한다는데 출근해야 하니 못 가는 게 아쉽다. 막내가 경기장에 가야 승요의 기운을 받을 텐데..

막내 승요의 기운을 받아 이번 한국시리즈도 LG의 우승을 기원한다. 내편은 두산팬인데 LG가 지면 아이들 놀리려고 엄청 좋아한다. 하지만 요새는 LG가 이기기를 바라는지 운동을 하다가도 경기가 몇 대 몇인가 확인을 하곤 한다. 애들이 좋아하니 자기도 모르게 응원하게 되는가 보다.

난 누구의 편도 아니다. '아무나 이겨라' 했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고 경기장에서 돌아오면 "이겼어?"하고 물어보게 된다.

쓱과 LG전



워터밤. 물줄기만 봐도 시원하다
8월 8일 LG와 한화전


#야구한국시리즈 #LG트윈스 #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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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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