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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결핍'은 무엇인가요?

첫눈, 그리고 결핍의 기억

by 행복하신가영

목요일, 첫눈이 내렸습니다.


"엄마, 지금 7시야?"라고 갑지가 물어보는 아들

"아니 아직 6시 47분인데 왜?"

"선생님이 7시 되면 눈 온다고 했어! 창문 열어보라고 했어!"


7시가 넘어 창문을 열어보니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습니다.

나가자는 6살 아들 성화에 못 이겨 나가서

우리는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고 1시간을 넘게 눈을 밟고 신나게 놀다가

볼이 빨개져서는 집에 돌아왔습니다.


KakaoTalk_20251206_095131597.jpg 너는 오늘을 기억할까?


빨개진 볼로 귤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아들의 얼굴 속에서

문득 나의 결핍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왜 엄마아빠와 눈놀이를 한 기억이 없을까?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친구들과, 혹은 혼자서 눈 오던 날 신났던 기억은 있지만

엄마아빠와 눈놀이를 한 기억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바쁜 삶 속에서, 녹록지 않는 삶에서 아이들과 함께하기 어려웠을 엄마아빠는

눈 오던 날, 무엇을 했을까?

우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기는 했을까?

자꾸만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그런 가난한 유년의 추억들은 이렇게 갑자기 찾아와서는 나를 춥게 만들곤 합니다.


누구에게나 그런 결핍은 있겠죠? 그 크기도 사람들마다 다를 겁니다.


그 결핍들이 가끔은 나를 작게도 만들고, 나를 멈추게도 만듭니다.

하지만 그건 과거니까요.

가장 중요한 건 그 결핍에 멈춰 선 나의 발걸음을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그날의 나를 충분히 안아주는 것

그날의 기억에서 나를 오래 두지 않는 것

충분히 아팠다면 이제 조금씩 나를 더 따뜻한 곳으로 옮겨주는 것


나는 앞으로의 여러분들도 그랬으면 합니다.

어렸던 나의 추운 기억들도 이제 따뜻한 이불속에서 귤을 까먹는 시간처럼

사르르 녹았으면 합니다.






[오늘의 3분 질문]


1. 내 삶에는 어떤 결핍이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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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 결핍 속의 나에게, 지금의 나는 어떤 위로를 해주고 싶은지 적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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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적었던 그 말들을 나에게 읽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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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핍이 어쩌면 나를 더 성숙한 어른으로 만드는 작은 이벤트였으면 합니다.

그 안에서 벗어나지 못해 매일이 어두운 당신의 하루가 아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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