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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변 Mar 13. 2024

수족관에 사는
IQ 85 평균 이하 돌고래인간

돌고래인간의 20년 실패 여행기

돌고래인간 VS 돌고래 VS 침팬지


나의 비밀별명은 “돌고래인간”이다.

학창 시절 돌고래의 IQ가 80-90 정도란 것을 알게 됐는데 수치가 나와 비슷해 보였다. 

"돌고래인간"은 노력의 저주를 받아 20년 이상 실패를 누적시킨 나에게 붙인 슬픈 별명이다.


천재 돌고래쯤 되면 IQ가 120도 넘는다. 이럴 경우 만물의 영장이자 지배자인 사람보다 머리가 좋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몇몇은 분명히 돌고래보다 지능이 낮.... 을....(슬프니까 여기까지)


천재 돌고래 입장에선 누가 누굴 지배하는 거지? 인류가 멸망하면 돌고래가 지구를 지배하지 않을까? 알고 싶지만, 상상력이 부족해진다. 이럴 땐 상상력을 관장하는 오른쪽의 호두모양 우뇌를 부르자. 잠자는 우뇌님을 깨우려면 호두처럼 망치로 머리를 때려서는 안 된다. 몸의 왼편을 스트레칭해드려야 한다. 좌뇌님을 부를 땐 오른편 몸을 바치면 된다. 쭈욱 쭈욱.


우뇌님의 간택을 받고 다시 공상과학의 극한을 달려보자. 인류가 멸망한다면 지구는 누가 지배할 것인가? 돌고래? 더 똑똑한 동물이 있다. 바로 침팬지다. IQ가 110 정도라 한다. 침팬지가 이렇게 똑똑하다니 충격적이다. 아무래도 육지는 침팬지가 바다는 돌고래가 지배할 것 같다.


침팬지에 AI칩을 넣고 한국어패치를 장착해 본다. 침팬지가 우리 집 거실에서 누워서 바나나를 까먹으며 TV를 본다. 퇴근하는 나와 눈을 마주치면 IQ 높은 집주인 침팬지가 하는 말...

"퇴근이 늦네? 집에 바나나 떨어졌다!"


SF영화 같은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나는 침팬지보다 머리가 나쁘고 돌고래와는 비슷하다. 20년 이상 인간사회에서 한 실패와 노력의 결과가 그것을 증명한다. 카메오 출연해 준 고귀한 지능의 침팬지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주인공인 돌고래 이야기로 넘어간다.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


인도양에 가면 돌고래와 인간과 협동사냥을 볼 수 있다. 어부들이 미끼를 던지면 영리한 녀석들이 어선 쪽으로 참치를 유인한다. 이때 어부는 참치 떼를 잡아 올린다. 이후 세리머니처럼 돌고래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쓰다듬는다. 사람과 교감한 돌고래는 더 열심히 참치 떼를 몰고 온다. 돌고래는 EQ와 IQ모두가 높다.

 

수족관으로 카메라 앵글을 들이대면 돌고래가 비참해진다. 얼마 전 SBS 특집 "고래와 나"라는 프로를 시청했는데, 조련사를 익사하게 만든 돌고래 이야기가 나왔다. 사람을 공격한 이유는 폐쇄적 환경에서 갇혀 지내는 스트레스. 사람을 잘 따르는 돌고래가 인간을 공격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 한다. 


영상에는 죽고 싶어서 자해하는 돌고래도 있었다. 식음을 전폐한 돌고래가 틈만 나면 벽에 머리를 부딪혔다. 자기 몸을 학대하며 "수족관에 살바에 죽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몸에는 상처가 가득했고 수척했다. 


먹이라도 잘 주지. 서커스 전에는 굶겼고 서커스 중에 풍족히 먹이를 주었다. 비록 인간은 아니지만, 똑똑하고 교감 능력이 뛰어난 포유류로써 얼마나 비참했을까? 수족관 돌고래는 자살충동과 우울증의 빈도가 높았다. 돌고래에게 수족관의 삶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오직 인간의 즐거움을 위한 삶이다.



평균이하 돌고래인간의 실패 

 

나에게 수족관은 어떤 곳일까? 다른 사람의 눈높이에 맞추어 잘 짜인 유리관 속에서 살면서 안정적으로 사는 삶. 어찌 보면 모범생처럼 정답을 갖고 사는 곳이 수족관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유명한 대학에 입학하고 대기업에 다니는 규격화된 삶. 나도 수족관 속이 안정적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번번이 수족관에 머리를 들이밀었지만, 수족관은 번번이 나를 쫓아냈다. 


나는 공부, 운동, 미술, 체육 등 모든 면에서 평균이하였다. 중고등학교 6년 동안 미친 듯이 공부해도 원하는 성과를 낼 수가 없었다. 투지가 강해서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다. 하지만 현실에선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말씀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매번 친구들에게 설명을 들으면서 공부했다.


슬픈 일화를 소개한다. 고1 때 아침 일찍 학교에서 컴퓨터 자격증 수업이 개설됐다. 수업은 워낙 이른 아침 시간이라 눈감고 기도 하는 새벽기도의 향연이었다. 모든 친구들이 육체를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신앙심을 자랑했다. 어느 날 새벽기도에 화가 난 선생님은 소리를 지르며 폭탄선언을 했다. 신앙심 깊은 친구들이 화들짝 잠을 깨고 현실세계로 돌아왔다.


"너희들 중 한 명 빼고 모두 시험에서 불합격할 것이다. 수면시간을 만든 너희들에게 모멸감을 느꼈다" 

"합격할 한 명이 누군지 알아? 바로 OOO이야"


합격이 예상된 유일한 학생이 바로 나였다.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신 이유는 난 졸지도 않고 가장 성실했기 때문이다. 


시험날이 다가왔다. 시험은 정해진 시간 안에 지령을 완수해서 제출하는 컴퓨터 활용능력 테스트. 제한시간이 임박하니 심장의 바운스 바운스가 몸을 흔들었다. 점점 초조해지고 공황상태가 온다. 몸과 마음이 지진을 이기지 못하고 재난대피소로 피난 갔다. "띵동댕" 시험종료를 알리는 장성곡이 귓가에 울려 퍼진다.


결과가 어땠을까? 합격의 핀셋은 나만 빼고 모두를 짚어냈고 정확하게 나만 떨어졌다. 선생님의 예언은 영화 같은 반전으로 이어졌다. 


물론, 이 사례는 내 인생 중 하나의 사건에 불과하다. 하지만, 내 인생의 많은 아픔을 대변한다. 대학입학을 위해 최선을 다해 공부했고 모두가 인정하는 모범생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비참했다. 컴퓨터 자격증 시험처럼.


반복되는 실패와 노력의 배신을 당하니 "IQ가 돌고래 수준으로 낮다"는 것을 인정하게 됐다.


머리가 나빠서 뭘 해도 평범한 사람처럼 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나.

평범한 사람에 미치지 못하는 나.


똑똑한 동물임에도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서커스를 해야 하는 수족관 돌고래.

돌고래에게 동병상련을 느꼈다.


돌고래와 돌고래인간은 묘하게 닮은 운명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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