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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inyein Jan 09. 2024

북클럽 첫 번째 이야기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책 <월티미티의 은밀한 생활>

첫 모임의 주제는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와 제임스 써버의 <월티미티의 은밀한 생활>이었습니다. 영화의 내용이 조금 더 소재가 많고, 메인 스토리가 있었기 때문에 영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눴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을 이어나가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주관적인 생각이 강하다고 하셨던 분은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하셨고, 같은 주제를 가지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웠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저 역시 생각했던 방향과는 다른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것에 감동하고, 생각보다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마음에 또 한 번 감동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작품에 대해 나눈 이야기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우선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대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영화 속 영상미가 인상 깊었다는 말에 대해서는 대체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마블 뮤비처럼 윌터의 상상이 펼쳐지기도 하고, 아이슬란드, 히말라야와 같은 장엄한 자연을 배경으로 상상 같은 윌터의 모험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자신의 경험과 연결해서 숀 오코넬이 설원에서 눈꽃표범을 찍지 않고 바라보는 장면을 꼽으신 분도 있었습니다. 모두가 손에 작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게 된 요즘, 아름다운 광경을 보면서 사진을 찍지 않기란 쉽지 않은데요. 그럼에도 정말 소중한 순간은 기록보다 온전히 그 순간을 즐기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영화에서 중요한 변환점이 되는 순간들을 꼽은 분들도 계셨는데요, ‘Space Oddity (major Tom)’ 노래와 함께 헬기에 뛰어드는 장면, 상사인 테드를 향해 드디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장면 등입니다. 월터 미티의 용기를 보면서 저희도 조금의 용기를 얻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임스써버의 소설 이야기도 빠질 수 없는데요. 소설의 시대와 영화의 시대, 그리고 지금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이야기까지 연결해 보았습니다. 써버의 소설 속 미티의 공상은 중년 남성의 욕구불만, 불안이 원인라면 영화 속 미티는 직업과 생계에 몰두한 남성으로 자신의 꿈을 접고 살고 있는 현실이 공상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었습니다. 소설 속 시대배경은 경제 대공황을 겪던 시기였고, 영화 속 미티가 겪게 되는 현실의 거대한 흐름과 변화는 온라인 매체가 기존의 인쇄매체를 대체하는 것입니다. 라이프 잡지사에 일하고 있는 미티에게 실직의 압박이 찾아오는데요. 인쇄(활자)가 온라인(전자)으로 대체되는 과정과 함께 영상 미디어가 대두되는 현실의 상황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출판매체가 온라인매체로 전환되는 것은 사실 미디어(수단)의 변화였습니다. 글(text)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는데, 최근의 SNS 속 영상매체의 인기는 조금 더 다른 차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나눴습니다. 실제의 경험을 간접경험이 대체하는 현상과, 상상의 폭을 좁히는 영상의 부정적 측면 등 조금 더 문제의식을 갖고 현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럼에도 ‘소통’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디어와, 전달방식에 대해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으로 월터 미티뿐만 아니라 다른 주변인물에 대해서도 생각을 나눠보았는데요. 생각보다 악역으로 나온 ‘테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했습니다. 시대가 주는 압박과 변화 그 자체를 상징하는 인물이다라는 의견도 있었고, 변화에 순응하기만 할 뿐 주체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는 인물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가족들의 이야기로는, 윌터의 ‘엄마’가 삶의 경험을 통해 소통의 본질을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꼽은 분도 계셨습니다. 윌터 미티를 둘러싼 관계에서 변한 인물은 사실 미티 자신 뿐입니다. 그러나 그 변화가 매우 크게 다가오는데요. 공상을 계속하며 회피하던 미티에게 가족은 부양의 대상이었지만, 변화한 미티에게 가족은 진정으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됩니다. 어머니와 따뜻한 포옹을 나누고 동생이 출연하는 연극을 사랑하는 여자(셰릴)와 보러 가기도 하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한 월터에게는 큰 변화들이 있었죠. 떠나려고 했던 세계여행을 포기했고, 아르바이트들을 하며 생계 전선에 나서야 했고, 스케이트보드는 저 멀리 밀려났을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월터가 공상을 통해 버려야 했던 자신의 꿈들을 해소했을 것이라는 추측이었습니다. 저 역시 피아노를 파는 선택이 마치 자신을 누르고 있었던 아버지의 죽음의 무게를 보내주는 것처럼 느껴져, 영화 속 사진과 이야기로만 등장한 아버지라는 인물의 중요성도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나아가서 모임을 통해 개인적인 경험들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미티처럼 벽을 부수고 한 단계 발돋움 한 경험을 나눠봤는데요. 껄끄러운 관계를 회피하지 않고 먼저 말을 꺼내고 문제를 이야기했던 경험, 못할 것만 같았던 트레일러닝을 처음으로 해낸 경험 등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반면에 여행과 같은 너무 많은 자극들 때문에 오히려 생생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고민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많은 경험 자체가 오히려 반복적인 일상이 되어버린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방식의 경험을 찾거나 자극을 줄여보는 방법이 어떨지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또 다른 분은 자신을 제삼자의 눈으로 바라보고 이미 결과를 설정한 뒤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경험이 후회가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자신을 극복해 내고 결국 최선을 다했던 것이 한 단계 발돋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각자가 생각하는 삶의 정수(quintessence)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미티가 놓친 셰릴과 엄마의 말이 나중에 미티가 길을 헤매게 되는 원인이 되는 것을 보면서, 그 상황의 관계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미티의 일에 대한 성실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높게 사신 분도 있었습니다. 미티는 어쩌면 일에 몰두해 관계를 조금 놓쳐버린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나아가 균형에 대해 말씀하신 분이 계셨습니다. 무슨 일이든 균형을 가지고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 모두들 동의했던 것처럼 저 역시 균형의 중요성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딘가에 집중하기도 하고 또 다른 무언가를 놓치게 되는 순간들이 있지만, 다시 노력하며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삶이 아닐까요. 독서모임을 한 이 시간만큼은 라이프지의 모토처럼 ’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 시간이었다고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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