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rlie Choi Apr 15. 2019

내 인생의 첫 스타트업(2)

스타트업 투어 이야기

16년 1월 ‘스타트업 투어’

이 글을 쓰는 2019년 3월 25일 월요일 침대에 누운 시간은 전날 오후 10시이다 일찍 자고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하는 상황인데 잠에 들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바로 오늘 나에게 인터뷰(면접)가 있기 때문이다. 전에는 VCNC의 타다 팀과 테라펀딩 등 여러 스타트업에 합류하기 위해서 면접을 봤었는데, 그때는 지금처럼 떨리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이라는 곳에서 면접을 볼 예정이다. 정말 많이 떨린다.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를…

아무튼 잠에 드는 건 포기해버렸고, 오늘 인터뷰를 하면서 할 이야기 중 내 업무 경험을 이야기하는 일이 많은 테니 내 ‘스타트업 투어’ 첫 경험을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적고자 한다.  


내가 전 직장을 다니면서 가장 많이 총괄해오고 가장 애착이 있는 프로젝트. 바로 ‘스타트업 투어’이다. 이 프로젝트의 첫 시작은 내가 없었다. 전 직장의 대표님이 처음 고안해낸 프로젝트이다.


‘스타트업 투어’의 첫 시작은 경북대학교의 창업에 관심이 있고 ‘스타트업’이라는 곳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대학생 20명을 모집하여 서울에 있는 창업 지원 기관, 스타트업을 방문하여 대표님을 만나고 스타트업 직원들 그리고 기관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스타트업 세계의 이해를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굉장히 좋은 기업들을 많이 갔다. 신의 직장인 제니퍼소프트, 핸드스튜디오, 아이엠컴퍼니, 마이크임팩트 등등 이때는 참여자로 참가했었다.


2016년 1월 즈음 ‘스타트업 투어’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했다. 그 전에는 창업 관련 세미나, 강연 등을 하다가 이번엔 1박 2일짜리 프로젝트를 받았던 것이다. 마침 그때의 나는 스타트업의 문화와 분위기에 완전 취해서 정신을 못 차리던 시기이다. 세상의 불편함을 해결하고 그것을 비즈니스로 만들어내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그들의 모습에 반했었다. 내가 처음 맡았던 스타트업 투어가 선명히 기억이 난다. 하나부터 열까지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기획부터 운영 그리고 최종 보고까지 다 맡아서 했기에 굉장히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 그리고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첫 삽부터 굉장한 곳에 다녀왔기 때문이다.


우아한형제들, 벤처스퀘어, SK상생혁신센터, 텐핑, 퍼플프렌즈 이렇게 5곳을 갔었다. ‘스타트업 투어’는 선착순 20명이라는 제한된 조건으로 모집하는 것이 원칙이었는데, 굉장히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었다. 전에 진행했던 ‘스타트업 투어’는 인원수가 항상 모자란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였다. 가고 싶어서 빈자리가 생기면 꼭 연락을 달라고 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았다. 결과는.. 정말 정말 아쉽지만 아침 7시에 출발하는 당일 아침 3명의 친구가 연락이 되지 않아서 16명만 데리고 갔던 안타까운 기억이 있다. (덕분에 더 맛있는 식사를 참여자들에게 제공해줄 수 있었다.)


그렇게 대구에서 25인승 우등버스를 빌려서 서울로 이동했다. 서울의 지리는 걱정할 것이 없었다. 예전 잠시 서울에서 3년 정도 지낸 경험이 있다. 아무튼 첫 일정인 우아한형제들 사옥 방문을 위해서 석촌호수에 도착했고, 16명의 인원을 인솔하여 사옥을 방문하였다. 말로만 듣던 ‘배달의 민족’의 기업 우아한형제들 사옥을 방문한 친구들의 눈은 그야말로 소풍을 나온 어린아이들 같았다.  

정말 흐뭇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벽에 붙여져 있는 “퇴근할 땐 인사하지 않습니다.” 저 문구는 나를 포함하여 우리 친구들에게 굉장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기업 문화와 전혀 다른 새로운 문화를 가지고 있는 ‘우아한 형제들’ 바로 모든 친구들이 감동을 받았고 부러워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일 하는 것이 꿈이었던 우리 세대의 친구들에게 선망의 기업이 되기에는 충분했다.


그러나 다음 장소인 ‘벤처스퀘어’… 그때 강연을 해주시던 분은 벤처스퀘어 김태현 대표님께서 나서 주셨다. 멀리 대구에서 온 우리 친구들을 위해서 ‘벤처스퀘어’를 소개해주시고 앞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들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잘해주셨다. 나에게는 진짜 너무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1시간 정도 준비해주신 강의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 작은 문제가 발생했다.  


질문이 없었다. 굉장히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었다. 그때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운영을 하는 매니저는 최대한 참여자가 되면 안 되는데, 내가 질문을 했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내 기억으로는 “창업자가 직원을 뽑을 때 어떤 것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지 알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한 것 같다. ‘벤처스퀘어’ 김태현 대표님께서 말씀을 해주셨는데, 나는 참여자들의 분위기를 살피느라 대답을 제대로 듣지를 못했다. 속으로 “이 친구들아! 제발 질문 좀 해… 너희들의 소중한 시간을 여기에 투자하고 있는 건데 왜 아무것도 안 얻어가려고 하니!!!”라며 온갖 표정으로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냈었다. 천만다행으로 첫 스타트를 끊어주어서인지. 조금씩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사람의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한 질문… 게다가 경상도 사람들을 데려오니 더 막막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덕분에 운영을 하는 나 같은 사람이 분위기 만들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2번째 일정인 ‘벤처스퀘어’ 일정이 끝나고 버스 안에서 친구들에게 요청을 했다.


“오늘 고생 정말 많았다. 그런데 한 가지 부탁을 하고자 한다. 여러분들은 ‘스타트업 투어’가 학교에서 보내주는 공짜 여행 프로그램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길 바란다. 여러분들은 이 1박 2일을 다니면서 정말 돈을 주고도 만날 수 없는 분들을 만나고 있다. 이런 기회를 학교가 제공해주고 있는데, 하나라도 얻어 가야 하는 상황에서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으면 여러분들은 이 시간을 소비해버리는 거나 마찬가지다.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얻는 것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얻는 것이 더 많다. 그러니 자신의 삶에 새로운 경험을 위해서 질문을 많이 해달라.”라고 굉장히 부모님이 자식들에게 하는 잔소리 같은 이야기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사실 오글거리지만, 사실 좀 멋있었던 것 같다.

첫날 일정의 숙소로 돌아가 각자 방을 배정해주고 나와 함께 투어 겸 매니저 겸으로 온 형과 동생과 숙소에서 맥주를 마셨다. 오늘 어땠는지, 내가 실수한 것은 없었는지 등등 그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과 정말 친하다. 형은 요즘 바빠서 그런지 연락을 거의 못하고 살지만 동생인 친구는 지금 나와 함께 학교의 작은 사무실을 받아서 함께 사용하고 있다. 이 형과 동생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전하겠다. 여전히 ‘스타트업’이라는 세계에 남아 있다.  

내가 부족했던 것들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며 잠자리에 들었고, 6시에 눈을 떴다. 출발까지는 3시간이 남아있었는데, 긴장한 탓일까… 아주 눈이 초롱초롱했다. 다행히 사고 없이 모두가 출발을 했고, 서울대학교에 있는 SK상생혁신센터를 방문했다. 이때 텐핑이라는 스타트업을 방문하였다. 내가 스타트업을 보는 눈이 있다고 생각한다. 꽤나 맞췄다. 이 기업은 성공할 거라고.


그중에 한 곳인 ‘텐핑’ 이 기업은 처음 서칭을 정말 열심히 하면서 찾아냈고, SK센터에서도 도움을 주셔서 만날 수 있었다. 지금 ‘텐핑’은 엄청 거대한 자본을 등에 쥐고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되었다. 지금이면 ‘스타트업’이라 하기엔 애매할 것 같다. 너무 큰 회사로 성장했기에. 그 시절 ‘텐핑’은 대표님을 포함하여 4명의 직원과 함께 하고 있었다. 작고 아담한 사무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방문한 우리들을 위해서 휴대폰 링을 선물로 주셨고, 인생 후배들에게 조언도 해주셨다.


“절대 창업하지 마세요”


대학생 창업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이었던 것 같다. 정말 성공하고 싶다면, 회사에 들어가서 기업의 시스템을 직접 경험하고 이해하고 그 이후에 창업을 하기 바란다는 인생 선배의 조언을 해주셨다.

그때일까? 나는 창업이던 취업이던, 학생으로서 공부를 하던 사람마다 그 타이밍이 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라는 사람을 더 깊이 있게 알려고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마지막 일정이었던 ‘퍼플프렌즈’는 사실 굉장히 죄송하지만 내가 참여자들 옆에 없었다. 다른 업무 전화와 급하게 해야 할 일이 생겨서 밖에 소파에 앉아서 일을 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대표님과 사내벤처를 통해서 사업을 하고 있는 대표님까지 소중한 시간을 내어 주셨는데, 나는 그 자리에 가지를 못해서 굉장히 아쉬웠다.

매번 이동할 때마다 기사님에게 연락을 해야 했고, 서울에 잔류할 친구들 대구로 함께 내려갈 친구들 조사와 내려가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지 그리고 비용은 얼마나 사용했는지 등등 정신이 없었다.


정신없는 마지막 일정이 끝나고 대구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긴장이 풀려서 도착할 때까지 잠을 아주 푹 잤다. 방문을 허락 준 기업들 그리고 멀리 서울까지 운전해주신 기사님도 감사했고, 참여해준 우리 친구들도 너무너무 감사했다. 처음으로 내가 맡아서 한 프로젝트라서 그런지 더더욱 기억에 남기고 싶었고, 아주 멋지게 첫 프로젝트의 기억을 남기려 사무실에서 사진을 찍었고, 그날의 기억을 남기기 위해서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참여해준 모두 그리고 방문을 허락해준 기업들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글을 남겼다.  




오랜만에 페이스북에 글을 다시 읽으니까 감회가 새롭다. 정말 좋아하던 프로젝트인데 이제는 할 수 없어서 아쉽긴 하다. 능력 있고 멋진 사람들을 만나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성장하는 느낌을 받게 해 준 유일한 행사이다. 행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매니지먼트를 하느라 행사의 질이 얼마나 좋은지 판단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만큼은 나도 잠깐이지만 참여자가 되는 시간이 있어서 만나 뵙게 된 대표님들과 참가자들의 생각을 전해 들으며, 나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내가 자칭 ‘스타트업’ 덕후가 된 이유는 바로 이 ‘스타트업 투어’ 프로젝트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아직도 ‘스타트업’이라는 세계가 좋다. 그리고 앞으로도 좋아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내 인생의 첫 스타트업(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