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학원 선생님의 기믹은 무엇인가..
가장 많은 돈을 들였던 취미는 기타일 것이고,
가장 오랫동안 했던 운동은 농구이고,
가장 오랫동안 배운 취미는 권투이고,
가장 오랫동안 봐온 스포츠는 wwe프로레슬링이다.
2010년대에는 제대로 안봤지만 (cm펑크 안좋아하는 편) 00년대와 1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가장 꾸준히 경과를 챙겨보는 편이다.
프로레슬링은 가짜라고 재단당하는 경우가 많지만 ”누가 더 강하냐“라는 관점이라면 실망스럽겠지만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로 분류되는 장르다. 굳이 조상을 찾자면 서커스라고 생각하는데 훈련된 위험한 동작을 관중앞에서 보이는게 가짜냐면 그렇게 말하기 어렵고 그 위험도가 가짜냐 하면 절대로 그리 말할수 없다. 다만 격투기의 형태를 띄고 있는 서커스이자 드라마라고 본다면 이렇게 재밌을 수가 없는 스포츠다.
선역과 악역이 존재하고 선수 개개인의 운동량, 운동능력, 외모, 피지컬 모두가 중요한대다 큰무대는 5만명도 훌쩍 넘어가는 관중앞에서 헐벗은체로 실제 위험과 고통을 감수하며 연기하는 너무 많은 능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일이다. 심지어 중계진또한 연기를 하고 액션을 요구하는 일이 있고, 경기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는데 실제 스포츠 중계를 하기위해 평생을 준비한 사람들이 이 자리에 오른다.
아무튼 종합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인 프로레슬링에서 내가 배우는 점은 "보여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부분이다. 실제로 강한사람이 이기는게 아닌 강해보이는 육체와 설득력있는 스토리, 관중을 휘어잡는 마이크워크를 통한 카리스마, 악역일지라도 매력을 발산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자신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도록 만들고 '비주얼', '스토리', '연기'를 모두 해낸 후 모든 빌드업을 마치고 가장 큰 무대에서 드라마틱한 '퍼포먼스'를 펼쳐내어야 한다.
뭔 어릴땐 그저 더락이 멋있고 케인이 멋있어보인게 다였고 그냥 따라하고 싶은 마음이 전부였는데 나도 그런식으로 학원 선생님을 좋아했고, 지금 우리 학원에서도 애들이 나를 그렇게 볼것이 아닌가!! 싶은 순간이 계속해서 생겨난다.
프로레슬링선수와, 미술선생님은 "내가 의도한 모습"과 "보여지는 모습"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는걸 인지할 수 있다.
나는 분명 아이들에게 웃음을 유발할 목적으로 이야기를 했어도, 내가 가진 코미디의 시니컬함에 따라서 아이들은 나를 보며 웃으면서 쓴소리를 하는 사람으로 보게 될 것이고, 겉으로는 그림 못그리는 척 했지만 막상 화려한 시범을 보여주니 도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한거지? 싶은 마음에 동경을 하기도 한다.
수준 높은 선수들은 자신의 캐릭터를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납득"시킨다. 덩치가 작고 평범해 보이는 외모를 가진 선수들도 포기하지 않고 땀흘리며 온몸을 던지고, 몸이 뻘게지도록 맞아가며 싸우면서 이악물고 버텨가며 덩치큰 선수를 제압하는 모습을 보면 각본인걸 알면서도 몰입하게 되는 액션드라마가 된다.
수준 높은 미술선생님도 그림을 잘그린다고 되는게 아니다. 좋은 대학을 다니고 그림을 잘그리는것도 전부가 아니고, 말만 잘한다고 잘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캐릭터를 설득력있게 납득시키면서 아이들이 가진 심리상태를 파악하고 그 아이가 잘 해낼수 있는 유형의 실기를 캐치해내고, 그들이 가진 최대치를 끌어내기 위해 내가 가진 캐릭터를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몰입시키고, 또 그 반응에 맞추어 새로운 변형을 통해 더 뜨거운 유대를 쌓으면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을 믿고 따르고 말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게 집중하면서 자연스레 더 큰 성장을 이루게 된다.
아무튼.. 오늘도 아이들에게 어떤 쑈를 보여줘서 마음을 움직일지 고민하고, 또 인스타나 블로그를 통해 어떻게 쑈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레슬러들도 정작 경기하는 시간이 가장 짧고 그 외에 시간에 많은걸 쏟는 만큼 나도 정작 그림가르치는 순간이 가장 짧은것 같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