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셀에서 잉크로...

파인라인타투 아티스트로의 10년 여정

by 앤디

10년 전, 나는 나 자신에게 매우 낯선 사람이었다.

서울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성공의 빛을 뿌리기 위해 살아갔지만, 그 빛은 잠시 빛나고, 언젠가 부터 빛나지 않는 지독히 피로한 빛이 되었다. 국제전시기획사에서 팀장을 지내고, 멀티미디어 강의를 하며, 어도비 툴을 숨 쉬듯 다루던 나는 결국 내 디자인 회사를 차렸다. 하지만 그 삶은 나를 갉아먹었다고 보여진다. 피부에는 발진이, 머리카락은 점점 빠졌고, 마음은 쉼 없이 경고를 보내왔다. 어느 새 사무실은 내 집이 되었다. 온돌 바닥에 책상 밑 이불을 깔고, 일주일에 한 번 집에 가는 게 전부였다. 돈은 벌었지만, 나는 무너지고 있었다.


어느 날, 그 한계가 조용히 그리고, 갑자기 찾아왔다. 나는 회사를 정리하고, 오랜만에 숨을 쉬기로 했다. 그 틈에서, 홍대에 있는 친구의 타투샵에 우연히 발을 들였다. 그곳에서 본 것은 단순한 문신이 아니었지만 보다 보니 단순한게 아니었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피부에 새겨진 예술, 그들의 존재를 영원히 증명하는 흔적같다고나 할까. 나는 매료되기 시작했다. 멘토도, 길잡이도 없이, 무식한 도전 하나로 타투를 시작했다. 새벽녘 유튜브와 해외 포럼을 뒤졌고, 내 허벅지에 떨리는 선을 그으며 연습했다. 초창기는 정말 날것이었다. 서툴다 못해 개념도 없는 시도, 당장 부서질 듯한 자신감. 하지만 매 실수는 지금 생각해 보면 한발짝 배움이었고, 왼손의 바늘 자국은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이 되었다.


나의 타투의 진정한 시작의 종소리는 중국 랑팡의 국제 타투 컨벤션에서 울린것 같다. 그곳에서 나는 타투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았다. 세계 곳곳에서 온 타투 아티스트들, 그리고 몰랐던 한국 타투이스트들의 수준 높은 기량은 내 편견을 깨부쉈다. 특히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있다. 백발의 서양 아티스트가 흰 티셔츠에 스팀펑크 모자를 쓰고, 헤드폰을 낀 채 작업에 몰두하던 모습. 아직도 그 장면은 생생하다. 정말 열라 멋있었다. 그는 단순히 타투를 하는 게 아니었다. 거의 신성한 경지로 예술을 창조하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나도 저렇게 나이 들어서도 살아 숨 쉬는 듯한 일을 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 순간에 내 안에 불이 붙기 시작을 한것 같다. 한국으로 돌아와 마우스 대신 4B연필로 스케치(소묘)를 하고, 고무판에 연습하고, 내 초보 손길을 믿어준 이들에게 무료 타투를 시작으로 나의 타투 여정이 시작이 된다.


이제,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홍대의 파인라인타투 아티스트 앤디다. 섬세하고 정교한 디자인으로, 고객들의 이야기를, 추억을 피부에 새긴다. 특히 해외에서 찾아오는 이들은 한국 타투이스트의 명성을 알고 온다. 타투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다. 신뢰이고, 기억이며, 누군가의 진실이 피부에 반사되는 순간을 만드는 일이다. 그것을 맡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으며 쉽지도 않다. 물론, 너무 어렵게 생각하면서 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행복한 순간들을 나와 함께 할 뿐이다.


디자이너로 쌓아온 20년은 지금의 나... 앤디를 만들어 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디자이너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마우스로 모니터에 디자인을 하는 것 이외에 그림을 그려 본적이 없지만, 어도비 툴들은 분명히 지금의 앤디가 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몇년 전 나는 *초보 타투이스트를 위한 이야기*라는 책을 썼고, 소수로 진행하는 초집중 강렬한 타투수강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가르치는 일은 거울이다. 수강생들의 용기와 새로운 시선은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배우며, 아름다움을 향한 여정에서 함께 자란다. 요즈음에는 피카소이론을 적용한 수업과 자기계발을 접목시켜 진행해 보고 있다.


한국에서 타투는 여전히 오해받는다. 반항의 상징으로 합법의 사각지대로 치부되기 일쑤다. 하지만 국경 너머, 한국 타투이스트들은 예술가로 인정 받고 있다. 해외에서 나를 다시 찾아오는 손님들을 통해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 내가 그리는 선은 그들의 순간이고, 살아 숨 쉬는 그들의 추억 이야기다.


타투가 궁금하거나, 바늘을 잡는 꿈을 꾸고 있다면, 앤디의 이야기가 재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홍대에서 나를 찾아서 당신의 이야기, 내 이야기, 혹은 우리가 함께 만들 이야기를 나누자.

나의 잉크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