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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앞에서 내가 작아질 때

나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 같을 때

by 도비

나는 음악을 제대로 해보려고 퇴사하고,

부업으로 영상 편집을 하고 있는 프리랜서다.


프리랜서 생활 4개월차, 수익이 거의 없다.

친구들을 만나는 일은 나에게 숙제가 되어버렸다.

슬프게도 친구 만나는 일은 돈이 든다.

치솟는 물가에 저녁을 함께 먹으려면 인당 거의 2만원이 들고,

커피나 술을 2차로 먹는다고 치면 더 든다.


하지만 내가 버는 돈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영상 편집 한 건에 4만원을 받고 있다.

그마저 아직 리뷰가 없는 초기 단계의 프리랜서라서 일감이 많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성수나 압구정에서라도 밥을 먹게 되면..

나의 지갑 사정은 매우 슬퍼지는 것이다!


또 할 말이 없다.

친구들끼리 만나서 할 말이란 그저 서로의 근황을 나누는 것 뿐이다.

딱히 근황이랄 게 없이 작업실에 박혀있으므로.. 할말이 잘 없다.

'재밌는 얘기 좀 해봐!' 라는 말이 곤혹스러울 정도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최근의 가장 재밌는 일은 작업실에서 거미가 나온 일 뿐이다.

차라리 이야기를 듣는 편이 재밌는 것 같다.


지난 3개월을 거의 자작곡 데모를 만들면서 보냈다.

퇴사 직후에는 마음을 다 쏟은 곡을 만들고 싶어서,

내가 정말 만들고 싶은 곡들을 만들었다.

좋은 걸 보고 좋은 걸 들어야 좋은 곡을 만들 것 같아서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름 마음에 드는 곡들이 나왔다!

그러나 누군가가 보기에는 참 속 편한 인생일 수도 있고,

참 팔자 좋다거나 집에 돈이 많은가? 하는 오해를 할 수도 있다.


나는 그저 모아둔 돈을 소진하며 위험을 부담하는 것 뿐이다.

좋아보이는 이 유유자적 예술가 생활도 나름의 고충이 있지만

매일 직장에 나가 고된 일을 하며 밥벌이를 하는 친구들에겐

배부른 소리로 들릴까봐 말을 아끼게 된다.


이런 이유로 나는 매일 '이력서를 다시 쓰지 않으면 인생이 망해' 와

'포기하지 않으면 할 수 있어! 한 번만 믿어봐' 사이에서 갈등한다.


언젠간 친구들을 만나면 당당하게

굳건히 만들어놓은 내 세계에 대해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밥 한 끼를 대접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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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해서 퇴사하고 대쪽같이 음악 만드는 사람입니다.

제 음악이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 @0nesipoflove 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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