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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내니, 사랑이 들어왔다

by 마음계발
놓아주니,
마음에 물길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는 마음의 감정과 기억이
고이지 않고, 썩지 않도록...

<<천천히, 나를 놓아주다.>>
by 마음계발



과거의 나를 천천히 비워내니

마음 한편에 빈자리가 생겼다.

그 자리에 아주 조심스럽게

새로운 물길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는 내 감정과 생각을

한 곳에 묶어두지 않는다.

잠시 머물도록 두었다가

그냥 지나가도록 둔다.

과거는 흘려보냈지만

나는 여전히 살아 있고

숨 쉬고, 사랑하며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마음을 내고 있다.



비워낸 곳에는

늘 새로운 것이 찾아온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을

깊은 곳에 숨겨두지 않는다.


마음속 물길 위에 두면

그 길을 따라 천천히 흘러간다.

떠오르는 마음을

나는 바라본다.

손에 쥐어보기도 한다.

때로는 아프지만

이제는 피하지 않는다.



오래 쥐고 있던

집착의 매듭을 끊자

낯선 온도의 사랑이 찾아왔다.


그 사랑은

결핍을 메워달라 소리치지도,

사라질까 봐 두려워 매달리지도 않았다.

불안 속에 숨어 기대지 않는 마음이었다.

언젠가 끝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그 사라짐이 상처가 되지 않는

그런 유연한 마음이었다.



이제 내가 아는 사랑은

누군가를 끌어안아

가두는 마음이 아니라

나의 빈자리를 기꺼이

내어주는 마음이다.


그 마음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다.

숨 쉬듯 자연스럽고

따뜻한 찻잔처럼 손에 남는

온기를 품고 있다.



나는 한때

불꽃처럼 타오르는 감정만이

진짜 사랑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거세게 밀려왔다가

사라지는 파도보다

호수처럼 고요히 머물며

흐름을 잃지 않는

사랑도 있다는 것을.



마음에 물길이 생기면

감정은 고이지 않는다.

한 번 출렁이고 나면

스스로 자리를 비우고

다시 채운다.

그렇게 흐르며 숨을 쉰다.


그래서 지금 나의 마음은

좋음도, 싫음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 잠시 머물다

소리 없이 흩어진다.




고통도 그랬다.

붙잡고 있을 땐

영원할 것 같았지만

시간 위에 올려두니

서서히 옅어졌다.



막아보려 해도

길이 있는 이상

조금씩 흘러 나가게 되어 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통도 결국 모양을 잃는다.




길 하나 만들었을 뿐인데

마음속의

주인과 손님의 자리가 바뀌었다.


고통은 이제

잠시 머물다 떠나는 객이 되었다.




모든 것은 생기면 사라진다.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



다만,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만 다를 뿐이다.

우리는 그 유한한 시간 속에서

각자의 몫을 살아내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삶은 결국

잠시 머무르는 일인지도 모른다.


영원을 바라기 보다

머무는 동안의 온기로도 충분한 삶.

그리고 그 머무름 속에서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껴주며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마음계발 Tip>


지금 옆에 있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라고

말을 건네 보는 건

어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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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