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막내가 집에 왔어요.
저는 어린시절부터 동물을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진로도 조금 일찍 선택하여, 중학생 때 생긴 별명이 '464(사육사)'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아빠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딸, 너 강아지 키우면 공부 열심히 할꺼야?"
누구보다 동물을 좋아하고,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던 저는 당연히 좋다고 말했죠.
그렇게 우리 집 막내는 가족이 되었습니다.
이 친구와의 첫 만남을 15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생후 2개월 후반, 저희 집으로 입양을 오게 된 막내는 작은 종이봉투에 담겨 지하철을 타고 집에 왔다고 합니다. 지금은 차를 너무나도 좋아하지만, 어린 시절에는 이동수단에 대한 멀미가 심했어요. 처음 집에 온 날도 지하철 멀미로 구토를 한 번 했다고 하고, 이후 1살까지는 계속 차, 자전거 등을 탈 때마다 멀미를 했습니다;
저는 한아름 기대를 안으며 친구들까지 데리고 학교가 끝나자마자 바로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처음 본 강아지를 보고 실망을 금치 못했습니다. 쇼파 밑에 넣어둔 꽃모양 쿠션 위에서 발발 떨고 있는 강아지 한 마리의 모습은 영락없는 똥개였습니다. 발은 양말을 신은 듯 하얗고, 주둥이나 몸은 고동색과 갈색, 흰색이 섞인 영락 없는 잡종견. 페키니즈나 시츄, 말티즈같은 순종견을 바랬던 저는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순종견을 좋아했습니다. 당시 동물농장 같은 TV 프로그램에서도 잡종견은 거의 나오지 않아, 제가 잡종견을 키우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이런 편견 어린 생각은 와르르 깨지게 됩니다. 어린 시절에는 똥개같았던 저희 강아지는 크면서 미모가 피어납니다. 그리고 키우면서 느낀 사실이 '잡종견이 최강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생명과학을 전공을 한 저는 학부 시절 배운 유전학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유전학에는 '잡종강세'라는 말이 있다. 잡종이 순종보다 더 튼튼하고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실제로 저희 집 댕댕이를 통해 잡종강세를 실감했고, 그렇게 이 친구는 큰 병에 걸린 적이 없이 무탈히 현재 만 15살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체력도 부쩍 떨어지고, 걸음도 많이 느려져서, 이 친구와의 기록을 어떻게 남길까 고민하다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저희집 막내. 정금동과의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여담이지만, 이 친구가 태어난 비하인드는 아빠 친구분의 딸랑구와 다른 집 남자개가 눈 맞아서 사고를 쳤고, 그렇게 태어난게 저희 집 막내입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말티즈와 슈나우져 믹스견이라고 했는데, 뭔가 더 섞인 것 같더라고요 ^^; 아빠는 강아지들 중 가장 튼실해보이는 첫째 강아지를 집에 데려오셨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