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na lee Feb 01. 2024

늘 배고픈 아이 임마뉴엘

사랑한다 말해본다

임마뉴엘이 우리 반에 온건 1년 전 11월쯤이었다. 보통은 학기 중간에 학교를 옮기는 일은 드물다. 그런데 이 아이는 group home에 옮겨지면서 주거지가 바뀌어 우리 학교로 오게 되었다.

group home은 위탁가정 같은 곳인데 선생님 몇 분이 돌아가면서 소그룹의 아이룰 돌보는 곳이다.

임마뉴엘은 엄마도 지적장애가 있었고 엄마가 아이의 거친 행동을 잘 제어하지 못하고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양육권을 포기한 케이스였다.

아이는 수업 중에도 벌떡 벌떡 일어서서 아주 크게 박수를 쳤다. 그러면서 주위룰 두리번거리며 ‘나종 봐줘’ 하듯 내 눈을 마주쳤다. 나는 아이에게 ” 널 늘 보고 있으니 박수를 칠 필요가 없어. 대신 박수를 치고 싶을 땐 오른쪽 손으로 왼쪽 어깨를 두드려 그리고 속으로 Good job!이라고 이야기해”라고 가르쳐주었다. 아이는 지루하거나 공부하기 싫을 땐 책상을 밀치고 말리는 선생님을 양해 주먹을 올려서 위협하곤 했다. 간식시간이면 서너 개의 간식을 쥐고 더 먹어도 되냐고 묻던 아이였다.

두 달이 지나도 임마뉴엘은 같은 반 아이의 이름을 못 외우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교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선생님의 관심을 끌기 위해 온갖 이상한 행동을 했다. 코를 파서 코딱지를 먹기도 했는데, 그럴 땐 알굴 표정이 변해서는 안되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 티슈로 코를 풀고 손을 씻는 거야”라고 하루에도 열 번이 넘게 알려주어야 했다.

이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일괄적인 태도로 규칙을 알려주고 아이가 어쩌다가 잘하는 일이 있을 때 관심을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박수를 안 치고 어깨를 두드리면 칭찬해 주면서 좋아하는 간식 하나를 더 먹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아이는 uno라는 카드게임을 좋아했는데 쉬는 시간에는 늘 카드를 들고 와서 자기랑 카드게임을 하자고 했다. 그러면 나는 흔쾌히 응하고 정말 하나도 안 봐주고 열심히 아이와 놀았다.


그렇게 아이와 6개월이 지나고 여름 방학이 지나 다시 만났을 땐 얼굴 표정이 많이 밝아져 있었다. 새 학기 첫날 아이가 나에게 와서 반가운 기색도 보이고 허그해도 되냐고 두 팔을 벌리고 나를 안아주었다. 아이가 많이 안정된 것을 보니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한 것 같아 기뻤다. 그리고 이 아이 뒤에 서 있을, 아이가 기댈 곳이 되어주는 Group home의 staff들이 보였다. 얼굴도 모르는 그들에게 절로 “자기 일을 이렇게 잘해주어서 아이가 밝아졌어요.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어느 날 아이가 나에게 오더니 내 음식이 홈메이드 음식이냐고 물었다. 그래서 그렇다고 했더니 좀 먹어볼 수 있겠냐고 물었다. 나는 내 점심의 반을 덜어서 아이에게 줬는데 아이가 얼마나 맛있게 먹던지 잘 먹는 모습만 봐도 내가 배가 불렀다.


매주 수요일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는 날인데 매니(임마뉴엘의 애칭이다)가 요리책을 빌려 오더니 하루종일 사진을 보며 음식을 보고 이거를 먹고 싶다고 5개도 넘게 뽑아서 내가 인덱스 테이프를 붙여주었다. 그때가 Thanks giving 즈음 이러 모두들 저녁 파티와 음식에 대해 이야기할 때 아이는 가만히 요리책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느 저녁에 고아원에서 자란 어떤 분이 자기는 집밥을 먹어본 적이 거의 없고 단체 급식을 먹었다는 말에 눈물이 쏟아졌다. 매니가 그런 마음이었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래서 금요일에 fun Friday에 아이가 먹고 싶다던 pumpkin pie를 사가서 반 아이들과 같이 나눠 먹었다.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 달달한 간식을 즐거워하며 먹는 모습이 이쁘기도 하고 마움이 아프기도 했다. 매니는 파이 세 조각을 거뜬히 먹어치웠다.


올해는 임마뉴엘이 우리와 함께 있는 마지막 해인데 아이가 부쩍 안아달라는 이야기룰 많이 해서 side hug를 해줘며 네가 정말 잘하고 있어. 너무 자랑스럽다.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아이가 나를 보고 웃는다. 엄마가 주지 못했던 사랑이 있었다면 하루에 8시간이나 같이 있는 내가 준다면 좀 덜 헛헛하지 않을까 싶어서 엄마로부터 배웠어야 했던 것들을 가르치고, 쿠키도 같이 굽고 잘하고 있다고 응원도 해준다.


이제 아이가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5개월이 남았다. 이제 매니는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UNO카드게임을 한다. 다른 아이들이 웃을 때 같이 웃고, 간식을 더 달라고 하다가도 내일 학교에 와서 간식 시간에 줄게 하면 알았다고 한다.

나는 그저 하루에 7시간 함께 있는 선생님이지만, 임마뉴엘이 잘 자라서 친구들과 이웃들과 이야기도 하고 함께 잘 살아나갈 수 있는 힘을 주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경계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