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Pivot
예상치 못한 실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불안감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실업급여 덕에 당장은 생활이 가능했지만, 그 이후 다가올 현실은 불투명하고 막막하기만 했다. 해외에서 백수로 지낸다는 건, 한순간의 불씨로 쉽게 꺼질 수 있는 위태로운 촛불처럼 스스로의 존재감조차 아슬아슬하게 붙잡고 있는 기분이었다.
몇 년 전 오퍼를 받았을 때만 해도 어떤 식으로든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지원서를 넣을 때마다 예전보다 훨씬 적은 답변이 돌아왔고, 간신히 인터뷰까지 갔다가도 번번이 좌절했다. 결국 나는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외부의 상황들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하는가, 하는 무력감이 찾아왔다. 이대로 무너질까 봐 두려웠다.
또다시 같은 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그동안 내가 선택해온 길들이, 하고 싶었던 꿈들이 모두 물거품이 된 듯한 생각 속에 갇혔다. 현실적인 이유로 하고 싶은 것들을 포기해왔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수없이 타협하며 '이만하면 됐다'고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그렇게 포기하는 게 익숙해지다 보니, 어느새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희미해졌다. 그렇게 포기하고 타협하면서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또 현실에 부딪히는 내 모습에 자괴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그전에는 모든 것을 홀로 감당해야 했고, 버겁고 지칠 때마다 나 혼자서 버텨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이제는 나를 깊이 이해해주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든든하게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그는 나에게 “언제든 내가 네 베이스가 되어줄게”라고 말해주었다.
내 불안을 감싸 안고 언제든 내 편이 되어주겠다는 그의 말은,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꺼질 듯 타오르는 촛불 같은 나를 지탱해주는 보이지 않는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덕분에 나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어쩌면 그와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내가 다시금 하고 싶은 것을 찾을수도 있다는 작은 희망이 생겼다.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이, 더이상 불안감 없는 나의 안정이 내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지도 모른다.
To be continu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