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에는 지구에 대한 설명이 두 단어로 되어 있는데, "대체로 무해함(Mostly Harmless)"이다. 그리고 이건 미국사람들이 생각하는 캐나다인의 이미지와 비슷하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라는 책을 읽었다. SF책을 찾다가 "마션"을 쓴 작가-앤디 위어-가 쓴 책이라고 해서 골랐다. 더욱이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으로 하는 영화가 내년에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영화가 나오기 전에 빨리 읽어야 할 것 같아, 부랴부랴 읽었다.(영화가 나오면 책에 손이 안 간다) 오래간만에 소설책에 빠져서, 넷플릭스도 안 보고 책만 봤다. (다만, "나는 솔로"는 계속 봤다. 나솔은 언제나 예외다) 출근길에도 보고, 퇴근길에도 보고, 자기 전에도 보고, 교회에서도 보고...
인류가 절멸의 위기를 맞아, 과학자 주인공이 인류를 구하는 좌충우돌 우당탕탕 이야기다. 재미있는 상황도 많고, 진지한 내용도 있지만 (있었나?), 책을 읽다가 관심을 끄는 장면이 있었다. 주인공 과학자는 우주선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데, 그러던 중, 캐나다 과학자를 만난다. 지구가 말 그대로 망하게 생겼음에도, 굉장히 신나 있고, 과하게 낙관적이다. 모든 문제의 원인이 되는 생물이 나오는데, 그걸 보면서도 주님의 선물이라고 이야기한다. 작가 앤디 위어는 어떤 팟캐스트에 나와 해당 과학자를 "미친 캐나다인 우주탐사선 디자이너"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 과학자는 전통적인 캐나다인은 아니었지만, 대체로 무해한 캐나다인이라는 스테레오타입에는 부합하는 사람이었다.
예의바름, 친절, 따듯함, 비대립적 (싸움회피), 하키, 메이플시럽, 말끝마다 사과하기. 같은 것들이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캐나다인들이다. 하키처럼 때리고 밀치는 경기를 좋아하는 나라가 어떻게 말끝마다 사과를 한다는 게 이율배반적이지만, 종합해 보면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캐나다인들은 대체로 무해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캐나다인을 대표하는 할리우드 배우들은 약간 비슷한 맥락이 있다. 라이언 레이놀즈, 라이언 고슬링, 짐 캐리, 키아누 리브스, 레이철 아담스, 세스 로건 같은 사람들 말이다. 대단히 주관적이지만, 내가 보기에, 캐나다인들은 대체로 무해한 사람들이 아닐까?
그리고, 그런 대체로 무해한 캐나다인들 사이에서 사는 건 좀 괜찮은 거 같다.
그나저나, 다음 책은 뭐를 읽으려나? 아침에 회사에는 재택근무 중이라고 말하고, 소파에서 발 뻗고 소설책 읽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