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락, 늦은 밤이네요.
바쁜 하루 끝에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요.
친구처럼,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오늘은 그냥 편하게 얘기해요.
오늘만큼은 누구의 엄마도, 누군가의 동료도 아닌
그냥 ‘나’로 이야기하고 싶어요.
술 한잔 기울이기 좋은 밤이잖아요?
네? 여자가 이런 시간에 술을 마신다니 어색하다고요?
가끔 이런 말들을 들어요.
“애 엄마가 왜 그래요?”
“여자가 술을 그렇게 마셔도 돼?”
네, 저 엄마 맞고, 여자 맞아요.
그치만 무엇보다 ‘사람’이에요.
근데 엄마라고, 여자라고
늘 단정하고 책임감 있어야 하나요?
하루 종일 가정과 일을 오가며 ‘단단한 사람’으로 살다가,
어쩌다 한 번 술잔 앞에서 솔직해지는 게
그렇게 이상한 일인가요?
저도 화나요.
기분이 오락가락할 때도 있고,
때로는 혼자 소리 내 울 때도 있어요.
누구에게나 강한 순간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축구선수도 집에서는 공 안 차듯,
나도 내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러니까 엄마, 여자, 혹은 한 사람을
하나의 이미지로만 단정하지 말아요.
누구도 한 장 짜리 설명서로는 다 담아낼 수 없으니까요.
자, 내 얘기 들어줬으니
술은 내가 따라줄게요.
이제 술잔 들어요.
우리가 조금 자유로워지는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치얼스!
여름매거진은 제게 처음 ‘함께 써본’ 시간이었습니다.
낯설지만 설레었던, 선선한 여름밤 같은 시간이었어요.
다른 작가님들의 글 속에서 자극도, 위로도 받았습니다.
계절이 바뀌어도 이 마음이 오래 기억될 것 같아요.
함께한 작가님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