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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건 어릴 때 다 써버렸습니다

프롤로그

by 메이더그린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차갑다”, “싹수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 나.

그러다 조금 가까워지면

“넌 늘 유쾌해. 비결이 뭐야?”

“너만 긍정렌즈를 꼈니?”

이런 얘기들을 듣는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과연, 어떤 게 진짜 내 모습일까?




가만히 곰곰이 돌아보다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자주 다투시던 부모님.

아주 어릴 땐 무서웠고, 자주 슬펐다.

조금 자라서는

그 장면들을 그냥 애써 외면했다.

아무 일도 없었던 척,

아무렇지 않은 척.


그때부터였을까.

특별히 가까운 몇 명을 제외하곤

누구와도 진지한 상황이 되는 걸

은근히 피하게 되었다.

진지함보다 유쾌함이,

무거움보다 가벼움이

살기엔 조금 더 나았으니까.


그렇게

어떤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보려 애쓰다 보니

그게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살기 위해 애썼던 시간들이

엄마가 된 지금,

아이에게 웃음과 사랑을 듬뿍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나를 자라나게 했다.




그래서일까.

지금은 아이 앞에서 웃고,

유머로 하루를 넘기고,

앞으로도

좀 망가지면서도 당당한 엄마가 되기로 했다.


육아는 내 인생 가장 매운맛이지만

그 안에서 웃는 내가 제일 잘 나간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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