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쇠젓가락이 편한건 무겁기 때문이다
한국음식이 세계에 널리 퍼지면서 젓가락에 대해 얘기들이 많다. 그 중 왜 한국인들은 유독 무거운 쇠젓가락을 쓰느냐에 대해 숙고하지 않은 억측들이 많아 한 가지 소견을 더해보고 싶다.
서양식 식사도구인 포크는 찌르기가 기본 기능이고 부가적으로 담기도 한다. 고기는 포크로 찔러서 고정시킨 뒤 나이프로 잘라 입에 가져가고 콩이나 라이스 등은 담아서 먹는다. 때로 마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탈리아식 볶음국수인 스파게티는 말아서 먹는 사람들이 많다.
젓가락의 기본 기능은 집기이다. 여러 가지 조각난 반찬들을 집어먹을 수 있도록 고안된 도구이다. 이 녀석은 간단한 막대기 두 개일 뿐이지만 집는 것 외에 여러 가지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포크와 같이 찌르기를 할 수 있다. 어린이는 찔러 먹는 경우가 많고 어른이라도 감자나 조각 과일 등은 젓가락으로 찔러 입에 넣는다. 또 담아 먹기도 한다. 콩자반 같은 음식은 집기가 어려우면 젓가락을 모아 담는다. 또 국수나 자장면 같이 길고 부드러운 음식은 말아 먹는 도구로도 이용된다. 여성들은 말아먹는 경우가 많다. 젓가락에는 또 찢기나 나누기 기능도 있다. 김치나 넓은 전 같은 음식을 먹을 때 젓가락은 잘게 나누는 데 이용된다. 손가락 힘이 좋은 사람은 한 손으로 찢지만 힘이 부칠 때는 양 손으로 젓가락을 각각 하나씩 집어 찢기도 한다. 두부나 케익 같이 부드러운 음식은 칼 없이 젓가락 만으로 자를 수 있다.
이렇듯 젓가락은 포크에 비해 기능이 많은 도구이므로 양식을 먹을 때 굳이 포크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외국에서라면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해 포크를 쓸 수도 있겠으나 한국에서 먹는다면 편리한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성능 좋은 도구를 두고 문화에 맞춘다고 낮은 성능의 도구를 쓰는 사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방탄소년단이 피자나 케이크를 젓가락으로 잘라 집어먹는 동영상이 서양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졌는지는 모르겠으나 실용적인 행동이라 생각된다.
젓가락은 한국만 쓰는 것이 아니라 중국, 일본에서도 사용한다. 하지만 그들은 젓가락 사용이 한국처럼 다양하지 못하다. 큰 것을 집거나 수저에 담긴 음식을 입에 밀어 넣을 때 사용하는 정도이다. 아 그러고 보니 젓가락에는 밀기 기능도 있구나. 그로 인해 중국과 일본 젓가락은 대나무나 뿔 등 가벼운 소재로 만든다. 한국에서는 위에 열거한 여러 용도로 사용하기 때문에, 특히 찢기나 나누기를 하는 경우에는 무거운 것이 좋다. 지렛대 원리가 작용하는 젓가락질에서는 무게가 힘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위생적으로 좋다, 환경공해를 줄인다는 등의 장점은 나중 문제이고 쓰기 편하기 때문에 무거운 소재로 만든 것이다. 가끔 속이 비었는지 가벼운 쇠로 된 젓가락을 주는 식당에서 젓가락질하기가 더 힘이 드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젓가락질은 포크질보다 어렵다. 상당 기간 훈련을 해서 기술을 습득하고 손의 근육도 발달해야 젓가락질이 자유로워진다. 아기들이 음식을 손으로 집어 먹다가 조금 크면 포크를 사용하고, 더 성장하면 젓가락으로 바꾸는 것은 사용이 어렵지만 더 섬세하고 기능이 많은 것으로 발전하는 과정이다.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지만 손가락이 머리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인 머리가 좋다거나, 세포분할이나 성형수술 등 고도로 섬세함이 요구되는 일을 잘 한다는 이유를 젓가락에서 찾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 젓가락은 음식 먹기에 정말 좋은 도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