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갑한 도시생활이 지루해지고 쉼을 찾고 싶은 욕망이 강렬해질 무렵, 3도 4촌을 꿈꾸기 시작했다. 코로나가 창궐하여 외출이 자유롭지 못했고, 재택근무였던 나는 집안에만 처박혀 지내던 시기였다. 무심코 네이버 부동산에서 전원주택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매매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부담되어 전세부터 알아봤다. 그 당시 내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아름다운 전원주택 전세들이 참 많았다. 내 예산은 1억 언저리였지만, 전세 가격은 대부분 2억 대 후반이었다. 그림의 떡이라 생각하며 시간이 날 때마다 매일매일 폰으로 검색했다.
'양평 전원주택 전세 월세'
검색을 하던 중에 재밌는 점을 발견했다.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오지 않는 귀한 전세들을 블로그를 통해서 종종 발견하기 시작했다. 부동산에서 본인들만 가지고 있는 매물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매일 한두 시간씩 네이버 부동산과 블로그를 뒤적이며 시간을 보내던 중 괜찮은 집을 6개월 만에 발견했다. 부동산과 통화를 하고 바로 양평으로 내려갔다. 보증금 없이 월세 70만 원인데, 집주인이 1년만 월세를 놓을 것이라고 했다. 1년만 그렇게 살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중개인에게 내가 하겠다고 구두로 말을 해놓고 하루만 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때는 몰랐다. 전원주택 전세는 귀해서 마음에 드는 집은 바로 가계약을 해둬야 한다는 사실을. 다음날 결심이 서서 연락을 하니 다른 분이 벌써 계약을 해버렸다고 한다. 전원주택 전세 구하기의 노하우 한 가지를 몸소 깨우친 순간이었다. 처음 본 집은 그렇게 놓치고 다시 기다림의 연속이 시작되었다.
위치와 마음에 드는 괜찮은 집들은 2억~5억 사이였고, 왠지 저렴하게 나온 집들은 융자가 많이 있었다. 싸다는 건 대체로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급할 건 없으니 여유를 갖고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시간이 날 때마다 검색을 했다. 우선 가격대와 위치를 필터링하여 집들을 보고, 괜찮은 집이 있으면 네이버 지도로 자세히 살펴보았다. 주변에 집들이 있는지 나 홀로 주택은 아닌지, 역에서 가까운지 등등...
그중에 몇 집은 직접 가보았다. 마음에 들어 꼭 하고 싶었던 주택은 주인이 마음을 바꿔서 못했고, 위치가 지나치게 들어가 있던 집도 있었고, 실내 인테리어가 사진과 다르게 많이 노후되었던 집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블로그에서 예사롭지 않은 한집을 발견했다. 1억 3천에 올라온 2층짜리 목조주택이었다. 부동산과 약속을 하고 아침 일찍 내려갔다. 들어가는 입구에 큰 나무들이 가로수처럼 늘어서 있었는데, 산속에 들어온 듯 싱그러운 공기가 가슴속으로 스며들었다. 3분 정도 길을 따라 올라가니 왼쪽으로 자그마한 집이 보였다. 내부가 아직 덜 완성이 된 작고 아담한 전원주택이었다. 1층에 주방과 거실, 욕실이 있고, 2층에 방이 2개와 작은 욕실이 있는 구조였다. 2층에는 자그마한 테라스가 있었는데, 티 테이블을 놓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다 합쳐도 실내 면적이 20여 평이 약간 넘는 혼자 지내기에 좋은 크기였다. 집에는 네 그루의 큰 나무가 있었는데, 집주인에게 물어보니 벚나무라고 했다. 이렇게 큰 아름드리나무들이 벚나무라고? 내가 미치도록 좋아하는 그 벚나무?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내 집이다'라고 확신했다. 이미 나는 흩날리는 벚나무 아래에서 캔맥주 한 캔을 따고 있었다. 내 노트북 위로 벚꽃잎들이 살포시 쌓였다. 주변에는 전원주택들이 몇 채 더 있어서 무섭지 않을 것 같았다. 집에서 역까지 걸어가 보았더니 7분이었다. 차가 없는 내게 전철과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좋은 위치였다.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중개인에게 등기 확인을 요청한 후 1시간 후쯤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지난번처럼 놓칠 수도 있으므로 그 자리에서 가계약금을 입금했다. 그제야 안도감과 가벼운 피로가 밀려오면서 새로운 설렘에 가슴이 뛰었다. 3시간 만에 이루어진 결정이었다.
3도 4촌의 로망이 기대 이상의 새로운 삶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