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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는 김에 뉴질랜드 Nov 11. 2024

봄날의 향기

바람은 차갑고 햇살은 뜨거워지는 계절.

계절이 바뀌어 가는 동안 뉴질랜드를 알아가는 중이다. 이 세상 어디를 걷고 있을까. 나의 딸에게는 뉴질랜드의 삶이 어떻게 기억이 될까.


계절이 또 바뀌었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다.

집 근처 공원을 찬찬히 걸었다. 등뒤로 불어온 차가운 바람은 나를 스쳐 하늘로 높다랗게 뻗은 초록잎을  지나 이내 세상으로 흩어져버린다. 뜨거운 햇살을 피해 가방 속에서 선글라스를 꺼내어 쓰고 다시 찬찬히 공원의 길을 따라 걸었다. 세상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걷다 보면 싱그러운 바람의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를 따라 고개를 올려다보면 새파란 하늘에 하얀 띠를 두른 몽실몽실 구름이 보이고 반짝이는 무수히 많은 초록잎들이 손을 흔든다.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이 공존하는 세계를 한참 걷다 보면 나의 딸이 다니는 학교가 나온다.


학교는 열려있다. 누구에게나.

학교는 자유롭다. 누구에게나.

그 누구도 경쟁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공부를 하라 명령하지 않는다.

학교는 그저 열려있고 한없이 평화롭다. 그리고 끝없이 자유롭고 또 자유롭다. 그리하여 아이들은 즐겁다.


나의 딸은 이곳을 좋아한다. 그렇다면 현재 나의 딸은 영어의 어려움을 극복한 걸까?

그렇지는 않다. 다만 거북이와 토끼 전래동화의 거북이처럼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 친구들과의 놀이는 조금 더 다채로워졌고, 대화는 구색을 갖춰 가고 있다. 학교에서의 수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수업을 따라가기에는 아직 많은 어려움이 있다. 자신의 속도에 맞게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는다. 그저 그 속도가 더는 더뎌지지 않게 도와줄 뿐.

나의 딸도 나도 잠시 세상의 속도에서 멈춰 서서 우리만의 속도로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다. 세상으로 빨리 나아가라는 채찍은 필요 없다. 하지만 엄마의 욕심 탓에 아이를 꾸짖은 날이면 어김없이 고통이 찾아온다.


-이곳에서 굳이 그럴 필요 까지는 없었는데.


아이는 언제나 곁에서 기다리며 같은 속도로 걷기를 원하는데 말이다.


눈이 부셔 한 없이 쳐다볼 수도 없을 만큼

작고 소중한 나의 딸.

너무나 소중해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닳아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나의 딸.

계절이 바뀌는 동안 알게 된 사실도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학생으로서 해야만 하는 공부에 대하여 자유로우나 책임이 따른 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강요하거나 모두가 경주마가 되어 의대를 목표로 스카이 대학을 목표로 질주하지는 않으나 시험이 있고 수준별 학습이 교실 안에서 이뤄진단 것이다.


-한국은 공부가 의무이고, 뉴질랜드는 공부가 책임이다.-


무작정 걷다 보면 길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조금씩 커지는 밤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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