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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의 귤하나, 우리 가족의 하루

순간의 선택이 남긴 작은 깨달음

by 사유

20개월이 막 지난 하이. 어린이집 경력은 이제 8개월쯤 된다. 이제 대부분의 말을 알아듣고, 따라 하기도 하기에, 우리 부부는 한마디 한단어가 조심스럽다.


사실, 아내보다 걱정과 염려가 많은 나는 더 조심스럽다.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미움받을 행동을 하지 않을까, 첫째라 더 걱정이 된다.


요즘 SNS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영상이 있다.

엄마, 아빠, 아이 각자의 그릇에 간식을 담고, 아이가 남을 배려하는 장면. 그 의도는 명확하다. 부족한 사람에게 아이가 양보한다는 메시지.


우리 부부는 그런 영상을 같이 보진 않았지만, 존재는 알고 있었다. 성경에는 ’인간을 시험에 들게 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인간의 호기심은 언제나 그 한계를 뛰어넘는다. 우리는 소위 ‘각’을 잡고 시도하지 않았다. 단지 평범한 하루였고 작은 순간에 불과했다.


집안일을 마무리하던 나는, 뒤에서 아내의 또렷한 목소리를 들었다.

“이건 엄마 꺼, 이건 아빠 꺼, 이건 하이 꺼.”


말이 끝나자마자 순식간에 하이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잽싸게 귤 하나를 가져가 먹었다. 엄마도 자연스럽게 하나를 집었다. 이제 남은 귤은 하나.


아내가 하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하이야, 이제 하나 남았네? 하이가 귤 먹을래?”


하이는 잠시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부부는 그런 모습을 집중해서 바라보았다.

그리고 하이는 고개를 휙 돌리며 말했다.

“안 먹!!”


나는 좋아하는 귤을 참고 있는 하이가 안쓰러워 먹으라고 권했다.

“하이야, 그 귤 먹어도 돼.”


그러자 하이는 눈썹을 찌푸리며 또렷하게 말했다.

“아빠 귤!!!”


우리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나는 하이에게 두 번째 제안을 했다.

“하이야 그럼 아빠랑 나눠 먹을까?”


그러자 하이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쪼개진 귤을 건네어받았다. 먹고 싶었던 것은 확실했다.


우리 부부는 서로 눈을 바라보며 웃었다. 사실 하이는 아빠에게 양보한 것이 아니었다. 규칙을 이해하고 지킨 것뿐.


20개월밖에 안 된 아이가, 이렇게 우리에게 마음의 치유를 주다니. 비록 큰 상처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순간순간의 작은 마음이 이렇게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이를 키우는 건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고, 순간순간의 감동이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을 감동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해석을 통해 깨달음으로 바꾸는 것은 부모의 마음이다.


크고 작은 규칙 속에서도, 진심을 놓치지 않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느꼈다. 오늘 하루, 나는 그 마음을 기록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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