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병동 간호사
간호사로 일하는 것이 뭔지 몰랐다.
병원에서 사회에서 간호사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도 전혀 생각할 줄 몰랐지.
무지했다. 무식했다.
또 그만큼 나를 몰랐다.
내가 어디에 있어야 빛을 발할 수 있는지 빛을 발하지 않더라도 숨을 쉴 수 있는지 몰랐다.
적당한 수준의 서류와 나쁘지 않은 면접을 거쳤고,
'우리병원에서 일할 만 하군.'하고 나를 뽑게한 것도 내 잘못이다.
그렇게 시작된 병원 생활.
4학년때 병동에서 실습할 때 새벽에 스테이션에서 꾸벅꾸벅 졸았던 내가.....
깨우면 따라가서 빵 주워먹었던 정신 빠진 내가.
선배들의 이야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여기는 어디인가 싶었던 내가.
병동 3교대가 뭐 잘 돌아갔을란가.
당연히 엉망진창 삐죽빼죽.
너 그렇게 할거면 집으로 가라는 이야기도 듣고...
그렇게 1년 넘게 헤메는 시간을 보내다가, 갑작스러운 응급실 발령 소식을 들었다.
응급실에서 1주일 일하고 집에갔다 오면서 그 길로 바로 퇴사의 길을 걸었다.
퇴사 방법도 몰랐다.
그저 내가 아는 제일 높은 사람을 찾아가 그만하겠다고 말했다.
퇴사할 때도 면담을 한다. 입사할 때 면접을 보는 것 처럼.
그렇게 나의 퇴사의지를 확인하고 나는 간호사 옷을 벗을 수 있었다.
나도 나를 잘 알았더라면, 간호학과도 가지 않았을 거고
병원에 입사하지 않았을 거고, 응급실 가기 전에 정리를 했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나를 몰라서.
일단 대학교 졸업을 했으니 남들처럼 어딘가 소속되어 일해서 돈 벌어야한다고 생각했다.
응급실에서의 1주일은 나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아... 나는 어째서 간호사가 된 것일까.
주사놓는 것도 벌벌 떠는 내가 들어오는 환자마다 18G 바늘을 꽂아야 하다니...
시차적응하기 힘들어서 해외여행도 안 좋아하는 내가...3교대를 하다니...
덤벙덤벙 꼼꼼하지 못한 내가 소중한 생명을 다루어야 하다니...
거기다 순종적이지도 온순하지도 않아서 늘 날이서있는 내가... 서비스를 해야하다니..
나는 어디로 가야할까.
환영받지는 못해도 퇴사고민없이 일할 수 있는 곳은 없을까.
왜 나는 1년 4개월 만에 병원에서 나왔을까. 의지력이 없는 것일까.
끈기 부족? 지구력 부족? 부족하지 않은 것은 없을까.
그저 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만 하며 보냈던 시기.
돌이켜보니 미안하다.
너무 못났던 그 때.
나 자신에게도 이 세상에게도 미안한 시기다.
내가 나를 몰라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