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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소영 Sep 20. 2024

무더위에 에어컨을 끌 수 있었던 건

    



어제는 아이들과 하원 후 놀이터에 갔다.

나는 아이들과 도서관에 가서 빌린 책 반납하고 예약한 책 빌려오려 했는데,

첫 아이는 그네를 조금 더 타고 가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엄마는 더우니 벤치에 앉아있을게." 하고 앉아있는데,

그네를 3~4번 정도 타던 둘째 아이가 더워서 엄마 옆에 있겠단다.

첫 아이가 와서 나도 엄마 옆에 있고 싶다고 하길래, 그럼 더우니까 좀 더 시원해지면 놀이터에 나오자고 하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에서 보물캐듯이 책을 뽑아서 집으로 왔는데, 주차하고 보니 또 놀이터가 보인다.

아이들에게 "놀이터에서 좀 놀까?" 라는 말을 하면서

"엄마는 좀 있으면 미팅이 있으니까 할머니 내려오시라고 할게. 할머니 오시면 엄마는 올라갈게. 놀이터에서 놀고 있어." 했다.


그리고 나는 집에와서 가방 정리를 하고, 몇 가지 메일에 답장을 하고 미팅 참석을 했다.

미팅이 끝나고 보니, 아이들이 궁금하다.

'오늘은 놀이터에 또래가 잘 안보이던데 누구하고 놀고 있을까, 어디 멀리 갔을까?'

그래서 베란다 창문을 열고 아이들을 찾았는데, 집 앞에서 첫 아이와 둘째 아이 둘이서 신나게 뛰어 놀고 있었다.

친구들은 더워서인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베란데 창문을 열면서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쑥 느껴지면서, 이 더위에 뛰고 있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엄마는 집에서 에어컨 켜고 시원하게 있는데... 내가 틀어놓은 에어컨이 우리아이들 덥게 만들고 있구나 싶었다.

그래서 서둘러 에어컨을 껐다.

'이렇게 내가 조금 덥다고 켰던 에어컨이 밖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숨막히게 했구나.' 라는 생각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들어오신 친정엄마는 내 이야기를 들으시곤 "저들 좋아서 밖에서 뛰어노는데 뭐가 미안하냐"고 나의 마음에 찬물을 끼얹으셨고, 그 또한 사실이기에 내심 안심도 되지만, 그래도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 가을도 맘껏 누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걱정이 되었다.


미팅이 끝나고 몇 가지 업무를 좀 더 마무리하고, 시원한 물을 가지고 내려가니 아이들은 목이 말랐는데 벌컥벌컥 금새 한 통을 다 비운다.

둘째 아이는 피곤해서 먼저 집으로 들어가고, 나는 첫 아이와 공원에 갔다.

첫 아이는 킥보드를 신나게 타고, 나는 아이 뒤를 열심히 따라간다.


또 걸으면서 '지구온난화'가 무엇인지, '자동차를 타는 것과 에어컨을 켜는 것'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 짧게 대화도 했다.

첫째 아이는 "나는 자동차 안 탈거야!", "나는 에어컨 안 켤거야!" 한다.

요즘 같은 날에는 그러지 않고는 금방 못버티고 켜게될테지만, 나는 아이의 말에 미소만 띄웠다.


짧게나마 아이들을 위해 에어컨을 껐던 오늘.

앞으로도 에어컨을 켤 때마다 건강하게 성장할 아이들을 생각하고 참을 수 있다면 몇 분이라도 더 견뎌봐야겠다.

엄마라서 할 수 있는 일, 엄마라서 생각할 수 있는 '에어컨 먼저 끄기'

엄마라서 다행이고, 나와 같은 엄마들이 더 많아져서 이 마음을 모아 '지구온난화', '지구가열화'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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