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O (Other people's opinion)은 지금 읽는 책 'Girl, Stop Apologizing' 에서 나오는 단어이다.
오늘 늦은 오후에 가족들과 마트에 장을 보러 갔는데
금요일에 출장갔을 때 우산이 없어서 비를 맞았던 것이 생각났다.
출장갈 때는 미리 챙기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비가 올 것을 알았더라도 집에 나를 위한 성인용 접이식 우산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마트에서 오랜만에 우산을 골랐다.
평소에는 아이들 등하원할 때 비가오면 아이들 우산을 썼다. 아이들에게 우산을 사준 기억이 없는데 어디서 굴러들어온 우산이 어른들 우산보다 많다.
우산이 알록달록 참 예뻤다. 꽃무늬, 레이스, 캐릭터, 무늬없음. 등등
'나답게 살자' 결심하기 전에는 가장 실용적인 검정색이나 남색의 무늬없는 우산 중 가장 저렴한 것을 골랐을테지.
하지만 새벽에 분명히 나 자신에게 나답게 살자고 말했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내가 가장 선호하는 우산을 골라야한다는 생각이 들어 좀 더 우산을 살펴보았다.
나는 꽃무늬가 마음에 드는데
옆에있는 첫 아이가 "엄마 나는 저거!" 하며 손가락으로 하나의 우산을 가리킨다.
캐릭터가 그려진 우산이다.
평소 아이가 좋아하던 산리오 캐릭터가 그려져있네.
"우와~ 예쁘다~" 하고 내 몸에 시스템적으로 갖춰진 반응을 내보이고 좀 더 살펴보았는데
계속 내 마음속에서 '아이가 예쁘다고 한 우산을 사면 아이가 좋아할테고 그럼 너도 좋잖아.', '아이도 같이 쓸 수 있잖아.', '캐릭터를 안 좋아하는 것도 아니잖아.' 하는 마음의 소리가 들려왔다.
나에게 영향을 주는 other people/other person은 나의 아이들이었던 것이다.
늘 타인의 시선에 영향을 덜 받는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정작 내 아이들에게 받는 영향은 모르고 당연하다고 여기며 살아왔다.
아마, 일찍이 '나답게 살자', '나로서 살자'고 결심하지 않았다면 또 다시 흔들리고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우산을 사가지고 왔을 것이다.
늘 그랬다.
'피카츄 캐릭터가 그려져있으니 아이들이 좋아할거야.'라는 생각을 하며 선크림을 샀던 나.
캐릭터 우산을 접었다 폈다하며 잠시 생각에 잠겼으나
일부러라도 피하려고 노력했고, 내 것을 사는데 집중했다.
굳이 그래야하나? 이 행동이 앞으로 나에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를 위한 한 발걸음을 걷는 시도를 했다.
과거에 나도 그랬다. 엄마 쇼핑갈 때 따라나서서 이것저것 골라주던 딸.
엄마가 내 제안을 거절할 때면 크게 저항하곤 했는데, 참... 엄마도 나름의 취향이 있을텐데 말이야.
진짜 내 것을 사려면 앞으로 쇼핑은 혼자하는 것이 좋겠다.
내 마음속을 크게 자리잡는 아이들.
아이들의 의견이 때로는 중요하지만 나를 사로잡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