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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스트랄 Sep 14. 2024

레위인의 변론ㅡ3

SF 단편소설

3. 트로피 콘큐바인(Trophy Concubine) : 능력 있는 여자가 미남을 얻는다.


  그날은 사사의 대학 모임, 각 전공별 선후배와 동기들이 모두 자리하는 '홈커밍데이'였다. 대학 연합 모임이라 규모도 컸다. 정치, 경제 및 사회의 거물급 인사들이 모여서 사교를 하며 남몰래 고급 정보를 교환하는 자리다. 나는 사사의 TC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최대한 멋지게 꾸몄다. 남성스러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고상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주기 위해 흰색 드레스 셔츠 위에 살구색 스웨터를 겹쳐 입는다. 사사는 이날을 위해 특별히 비축해 둔 스페이스 코인 1500스코를 지불했다.(먼 옛날 지구에서 한국이라는 나라의 서기 2000년대 화폐단위로 환산해 보면 대략 150만 원가량 된다.) 고급 지구산 양모를 사용하여 부들부들한 촉감과 세련된 파스텔톤의 빛깔이 정말 술 작품이다. 지구에서는 품질과 관계없이 브랜드 가치만으로 소비자들이 같은 상품의 최소 열 배에 달하는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는 제품을 '명품'이라고 했다는데, 이런 게 정말 명품이 아닐까 싶다.


     *       *       *


'딱!'


사사의 왼손 엄지와 검지가 내 눈앞에서 맞부딪히며 불꽃을 튀겼다. 의상이 맘에 든다는 그녀만의 표시다.


"좋아. 아주 잘 어울려."

흡족한 듯한 그녀의 눈길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갔다.


"바지는 특별히 네 맘에 드는 대로 입도록 허락해 줄게."

그녀는 오랜만에 친절하게 웃으며 말했다.


"대신, 전에 네게 입력해 둔 파티 초대 인사들 이름과 직책, 출신대학과 성격, 취미 리스트 등을 모두 분석해서 가장 적절한 응대 방식을 추출해 내도록 해."


  사사는 이제 막 재판연구관이 되었고, 우주법정 제1 판사를 꿈꾸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장식품은 바로 나. 사사진이다.


  레위인. 우리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법조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그렇게 불렀다. 그들은 판사, 검사, 변호사라는 직책들을 가지고 있었으며, 대부분이 여성 인간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몇 안 되는 남성 인간들은 법원의 서기 또는 정리 역할을 담당했다. 사사는 법대 출신 친구들과 선후배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었고, 그 안에서 승진을 위한 교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ㅡ레위인들이 사교 모임을 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TC, 즉 잘 생기고 분위기 잘 맞추는 사교모임 장식용 안드로이드, 트로피 첩인 것이다. 사사가 내게 비싼 돈을 지불하고 데리고 온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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