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에게서는 늘 달콤하면서도 비릿한 향이 났다.
이건 어떤 아이에 대한 이야기다.
피어나기도 전에 져버린, 처참히 짓밟힌 아이의 그저 무엇 따위 말이다.
7살의 미르는 어린아이였던 동시에 마냥 어리지만은 않았다. 미르에게는 담이가 있었다. 담이에게서는 늘 달콤하면서도 비릿한 땀냄새가 섞여 났다. 미르는 그런 담이를 좋아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담이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지는 못했다. 미르는 너무 어렸으니까. 미르는 담이와 함께라면 아무리 힘든 일을 해도 즐거웠고 행복했다. 그러나 그것이 행복인지는 여전히 알지 못했다. 역시 너무 어렸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담이는 자신과 함께 이 집을 떠나자고 말했다. 지금껏 그랬듯이, 함께 무엇이든 해보자고. 같이 훨훨 날아가자고. 그러나 모두가 미르에게 이렇게 말했다. "담이와 헤어져. 그렇게 따뜻한 지붕과 이불 아래 사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너는 아직 어려서 잘 몰라, 분명 후회하게 될 거야. 미르 너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아직 어리지만 마냥 어리지만은 않잖니." 미르에게 이 집은 전부였고 그녀의 세계인 동시에 그녀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신이었으므로 결국 담이에게 이별을 고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집을 지키겠다고. 이 안락함과 따스한 온기를 위해서라면 무슨 대가든 기꺼이 치르리라고. 어린 미르는 마냥 어리지만은 않았으니까.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담이와 마지막 작별인사를 고하러 간 그날, 미르는 밤새 숨죽여 울었다.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미르는 담이를 사랑한 적도 없었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다. 미르는 담이를 잊고 살았다. 가끔 담이와 비슷한 향이 나는 사람을 보면 마음 한구석이 시큰거리기도, 간지럽기도 했으나 미르는 그것이 그리움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미르는 아직도 어렸다. 그날부터 미르는 어딘가 고장 난 것처럼 어른이었으나 동시에 여전히 7살이었다. 7살의 미르도, 17살의 미르도, 27살의 미르도. 전부 담이와 작별인사를 나누던 그날의 미르였다.
그러던 어느 날, 미르는 길을 걷다 우연히 담이를 만났다. 담이에게서는 여전히 같은 향이 났다. 우연히 만났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이미 예정된 만남인 것 같다. 늘 바라고 또 바라왔으니까, 다시 만날 이 순간을. 미르는 담이를 다시 만난 날, 7살의 그날 이후로 수십 년간 느껴보지 못한, 잊고 있던 설렘을 느꼈다. 그리고는 깨달았다. ‘아아, 나는 담이를 사랑했구나. 너무나도 사랑했던, 소중했던 나의 담이… 그저 못나고 두려워서 손 한번 잡아보지 못했던, 지켜주지 못했던 나의 담이…’ 행여나 뒤돌아보게 될까 무서워 미르 자신에게마저 속였던 그 마음이 넘칠 듯이 일렁여 미르를 괴롭게 했다. 돌보지 않은 상처는 매번 같은 자리에 다시 찾아왔다. 보지 않아 보이지 않았을 뿐 항상 거기 있었으므로.
미르는 담이와 재회한 그날, 따스하고 안락한 집 아래에서 또 한 번 울었다. 7살의 그날처럼. 미르는 더 이상 자신이 악착같이 지켜온 이 집이 따스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갑갑하고 숨이 막혔다. 미르는 이제 족쇄같이 느껴지는 이 집이 싫었고,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미르는 더 이상 담이와 함께 떠날 수 없었다.
미르는 이제 어른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7살 그날의 미르였다. 미르에게 담이는 깨질까 두려워 감히 품어볼 생각조차 하지 못한 첫사랑이었다. 미르는 결국 그 자신이 가장 두려워한 후회라는 이름의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대목에서.
담이와 함께 떠났다면 더 이상 따스하고 안락한 삶은 아닐지언정 미르는 어른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스스로 담이 손을 놓는 날이 온다고 해도 결국에는 어른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미르는 후회했다. 그러나 담이와 함께 떠나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그 길 끝에 정말로 행복이 있었을지는 여전히 알 수 없기에. 다만 미르는 담이의 손을 한 번도 스스로 잡지 못한 것과, 한 번도 스스로 놓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7살의 미르는 그날 밤 그렇게, 그날 이후 처음으로 맞이한 생일을 울며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