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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편지

그늘 속에 앉은 사람들

by 몽유

그늘 속에 앉은 사람들



햇살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사람은 산다.

세상은 언제나 밝은 쪽만 비추지만, 사람의 마음은 어두운 곳에서 더욱 많이 자란다.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속에 한 칸쯤은 닫아둔 방이 있고, 그 방 안에는 오래전에 버려둔 그림자 하나는 앉아 있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

말없이 지나가지만, 그들의 어깨에는 묵은 시간의 먼지가 앉아 있는 사람들. 웃음 속에도 어딘가 부서진 빛이 스며 있고, 눈빛 한 켠엔 버리지 못한 기억이 자리한다.

그늘은 그런 그들을 약하게 만드는 대신, 오히려 더욱 단단하게 빚어 놓는다. 그리움이 깊은 사람일수록 그늘 속에서 자신만의 빛을 오래도록 간직한다.


우리는 종종 밝은 면으로만 서로를 판단하려 애쓴다.

빛 아래 서 있는 사람을 더욱 선명하게 기억하고, 그늘에 앉은 사람을 쉽게 잊는다. 하지만, 세상의 진짜 온도는 항상 그늘에 앉은 사람들 쪽에 머문다.

그들의 침묵 속에는 아픔을 견뎌낸 오래된 사유가 있고, 그들의 눈물에는 다시 살고자 하는 투명한 의지가 있다. 그들에게 그늘은 끝이 아니라, 빛을 기다리는 자리이다.


어쩌면 인생이란 누가 더 밝게 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더 깊은 그늘을 견디며 자신만의 빛을 잃지 않느냐의 문제인지 모른다.

그늘에 앉은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도 말없이 하루를 버텨내며, 세상의 틈새에서 묵묵히 하루를 이어간다. 그들이 내미는 미소에서는 햇살보다 따뜻한 온도를 볼 수 있다. 그건 위로의 온도이자, 삶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조용한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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