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숨을 고르다
바람이 문을 닫고 첫서리 들꽃 덮으니
저문 빛 길어 올려 들판 끝은 흐려지고
고요한 땅의 맥박도 깊숙이 숨어든다
빈 들판엔 지난 계절의 숨결만 머물고
스치는 볕 한 가닥 무게를 낮춰 걷는데
기억을 접은 나뭇잎 바람결에 흔들린다
한 줄기 숨을 참고서 겨울의 문턱을 넘으면
얼어붙은 강물 아래 미세한 물결이 일고
아직은 말 없는 봄이 흙 속에서 깨어난다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