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해석
빛은 직선이라 배웠지만
나에겐 굽어 있었다
어둠을 돌아 나와 닿은 자리엔
언제나 작은 왜곡이 남아 있었고
그 틈에서 나는 숨을 쉬었다
세상은 완전한 원을 그리려 애쓰지만
항상 반쯤 지워진 호 위에 서 있었다
무게는 언제나 한쪽으로 쏠리고
균형은 정답이 아니라
우연히 스쳐간 하나의 착시였다
너의 목소리도 대칭을 잃어
왼쪽 귀에만 겨우 닿았고
나는 그 편향을 받아들이며
사람 사이의 거리는
기울어진 만큼만 가까워진다는 걸 알았다
우리가 서로 다른 각도로
생을 바라본다 해도
언젠가 그 각도의 연장선이
미세하게 스칠 때가 올 것이다
그 순간조차 완전은 없겠지만
그저 두 개의 왜곡이 서로를 인정하며
조용히 흔들릴 때, 그 표류하는 떨림 사이에
희망이라 부를 수 있는 빛 하나가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