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갑자기 비가 세차게 쏟아지던 날이었다.
근처에 편의점도 없고,
우버를 부르기엔 돈이 아까워서
걷기로 했다.
15분 걷는 동안
거센 비에 물방울이 안경을 덮고,
옷은 다 젖어서 무거웠다.
차가웠고,
바람이 불면 서늘했다.
'감기가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유난히 고단한 날,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넌 전화를 받지 않았고,
사진첩을 들여다보는 건 궁상맞아서
우리를 상상했다.
베개도 머리카락도 젖었고
울다 지쳐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 몸이 정말 무겁더라.
비가 와서 온몸이 젖었던 그날처럼,
근데 이번엔
서늘한 게 아니라 시리더라.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어느 정도 예측도 할 수 있다.
우산을 살 수도
우버를 불러서 비를 피할 수도 있다.
마음에서 내리는 비는
대비할 수도 없고,
피할 곳도 없다.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릴 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