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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깽이 Nov 06. 2024

남미는 너무 위험하지 않아?

지구 반대편 남아메리카 대륙. 우리나라의 *대척점은 우루과이니까 남미는 말 그대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먼 나라이다. 그래서일까..'남미여행' 하면 험악한 이미지가 강한가 보다. 뉴스로만 간간히 접하는 남미는 마약과 범죄 이야기가 대부분이니, 그럴 수밖에. 

나조차도 살면서 브라질을 갈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포르투갈어를 전공하기 전까지 말이다. 


친구에게 남미여행 같이 가자고 제안했더니 

" 음.. 언니.. 근데.. 거기 가면 죽는 거 아니야? 나 오래 살고 싶어 " 


엄마에게 연차 쓰고 콜롬비아에 갈 거라고 하니 

" 우리 공주는 왜 그렇게 위험한 데만 가려고 하는 걸까? " 


남미여행은 위험하지 않냐는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받곤 한다. 잠깐 망설이다가 이내 입을 연다. 

" 맞아요. 사실 그래요. " 

" 근데.. 조심하면 괜찮아요." 



우선, 다 늘어나서 집에서 잘 때 입는 옷이 좋겠다. 

딱 봤을 때. " 쟤 진짜 털어도 뭐 안 나오겠다 " 싶은 행색. 너덜너덜 해진 옷이 핵심이다. 살짝 찢어지면 좋고. 악어나 월계관 같이 비싼 브랜드옷은 추천하지 않는다. 노숙자분들도 알건 다 알더라. 


되도록이면 길거리에서 휴대폰을 보지 말자. 

브라질에서 살면서, 걷다가 길을 찾아야 할 때면 건물에 들어가서 지도를 확인하고 다시 나왔다. 당시 버스정류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우버를 기다리다가, 강도에게 친구의 휴대폰을 빼앗겼다. 성큼 다가온 건장한 사내는 눈 깜짝할 새에 휴대폰을 낚아챘고, 차를 타고 달아났다.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어쩌면 내 휴대폰이 빼앗겼을 수도 있었겠다'는 충격과 '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휩싸였다. 이후, 더욱 조심하며 생활했다. '브라질'이라서 그런 거였겠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 


혼자 여행하지 말고, 친구나 동행을 구하자.  

5년 전, 남미사랑 카페에서 동행을 구했던 경험이 있다. 여행일정이 비슷하고, 여러 명이 모일 수 있는 동행을 찾아보자. 여행을 함께하는 사람이 이상하면 고생할 수 있으니, 신중하게 구하자.  


하지 말라는 것을 하지 말고, 조심히만 다닌다면 남미여행 용기 내어 볼 만하다. 

다 사람 사는 곳이다.

 



브라질에서 교환학생으로 7개월을 보냈고, 한 달간 남미일주를 했다. 

5년이 지난 지금, 콜롬비아로 여행을 떠난다.  


동양인이라 그런 건지, 키가 작아서 인지 남미에서는 주목받기 쉽다. 

몇몇 위험한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보단 호기심 어린 현지인들의 눈빛이 기억에 남는다. 


도움을 청하거나, 알고 있는 스페인어로 다가가면

호기심이 호감이 되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뀌곤 했다. 

찰나의 눈방울과 사람들 특유의 여유로움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그리하여 남미는

위험보단 그리움이 큰 곳이다. 

너무나 멀기에, 다음 여행을 기약할 수 없는 곳. 

지금이 마지막 같아서 열정적으로 여행하는 곳이다.  



* 대척점 : 지구의 중심을 지나, 지구 반대편에 있는 지점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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