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졸업생은 식량과 남학생 민호(가명)와 현종(가명)이다. 그 전해 현주 때 보다 좀 더 욕심을 내고 싶었다. 왜냐하면 민호는 다섯 살 때 교통사고로 뇌 손상을 입어 지능과 시신경에 손상이 있었지만 미소반 실장으로서 궂은일도 많이 하고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하여서 단순 직업이 아닌 기능을 가진 평생 직업을 찾고 싶었다. 현종이는 부모님의 무관심으로 몸 냄새, 두발, 영양상태 등 거의 방치되다시피 키워지고 있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관찰한 결과 민호는 건강을 위해 어릴 때 태권도를 3품까지 하였으니 그 계통으로 진학을 생각하고, 현종이는 눈치도 빠르고 행동도 재바르니 생활습관을 정리하여 취업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3월 말 방과 후 교육에 대하여 고민할 때 태권도를 하면 민호의 특기도 살리고, 몸도 약하고 자세도 바르지 않은 우리 반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확신이 들었다. 좋은 태권도장을 물색하다가 운이 좋게도 ㅇㅇ태권도 관장님을 만나게 되었다. 상지대학교 경찰 경호학과 겸임교수로 출강도 하시고 말씀을 나누어 보니 참 따뜻한 분이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관장님 동생 되시는 분이 장애가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 후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1년 동안 태권도 학원에서 차가 와서 우리 반 모두를 태우고 도장에 가면, 학생들이 운동할 동안 나도 러닝머신이나 줄넘기, 훌라후프 등을 같이 하였다. 민호는 태권도에 아주 열심히여서 여름방학 때에도 빠짐없이 다니고 초등학생들품새를 가끔 봐주기도 하였다. 현종이는 학교에서 머리를 자주 감기고, 하복은 학교에서 세탁도 하고, 두발 정리는 고맙게도 학생부 선생님이 해 주셨고, 반찬, 옷 등도 전해 주었으나 주말이나 집에 갔다 오면 도로 나무아미타불이 되곤 하였다.
근본 문제는 속옷인데 목욕을 어떻게 하기가 곤란해서 연락이 그나마 통하는 할머니를 통해 “제발 속옷 좀 세탁해 주시고, 아버지께서 목욕 좀 시켜 주세요. 그래야 고등학교 졸업하면 취업하러 갈 수 있다.”라고 자주 전화 드렸다. 실제로 N면에 있는 집에 민호랑 몇 번 가 보니 현종이 환경을 내가 정리할 수 있는 범위 밖의 일이라 면사무소에도 얘기도 해 보았으나 당장 개선되지는 않았다.
작년에 하던 복지관 직업 적응 능력 훈련을 계속해서 받았고 교내 체험학습도 계속하였다. 민호가 진학하기로 결정하니 대학 수업을 받으려면 읽고 요약해서 정리하는 것이 필수 공부라고 생각되었다.
그 당시 교직 25년 차 수업에 대한 나의 생각은 “수업은 재미있어야 하고 교사도 가르치는 것이 즐거워야 한다. 수업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라는 것이다. 비록 지적 능력이 낮더라도 생활 능력은 다른 학생들과 같이 미니홈피에 음악방을 만들고 민호 같으면 여자 친구도 있고 오락도 즐겨한다. 기탄 학습지를 몇 번 시도하다가 학생들이 지루해해서 그만두었다.
내가 하는 수업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한 가지는 모든 선생님들이 하시는 생활 중심 수업인데 교내의 모든 행사에 참여하며 야영, 체험활동, 봉사활동, 예절학교, 계절학교 등 최대한 상황에 많이 노출시켜 직접 부딪혀 비록 실수를 통해서라도 문제 해결력을 키우게 하는 것이다. 부모님께도 수시로 전화하고 부탁하고 학교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요리, 빨래, 청소, 용돈 문제 등 ‘20살이면 독립해야 한다.’는 것을 수도 없이 복창하고 교육시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교재 중심 수업은 보드게임과 책을 통해서 한다. 보드게임은 미로게임, 행맨, 미스터 마우스, 치킨 차차차, 도미노 골든 벨, 할리 갈리, 인생게임, 부루 마블 등을 통해 경제관념과 추리력, 수학, 지적 능력을 높인다. 규칙을 쉽게 단순하게 하면 누구나 웃으며 보드게임을 할 수 있다.
책은 우리나라 전래동화, 세계명작, 삼국유사, 교과서 원리 과학, 교과서 세계 문화 탐방, 음악 동화, 자연관찰 세밀화, 월드 인포, 사다리 문고, 호기심 원정대, 퀴즈 과학 상식, 마법의 시간 여행 등의 책을 통해 학생들에게 쉽도록 읽어준다. 그림을 함께 보고, 질문하고, 대답하고, 내가 정리해서 요약해 준 말을 다시 말하게 하고, 그 내용을 그려도 보고, 적기도 한다.
책을 통해서 조금밖에 못 알아듣더라도 다양하게 내용을 접해 봄으로 그다음에 그 책에 대해 다시 물었을 때,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것을 알게 되고 어쩌다 관련 이야기가 나오면
“그 나라가 전에 어떤 일이 있었어요. 국기는 어떻고 풍습이 뭐가 있어요.”
라고 대답해 줄 때
“아!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 같지만 그래도 잘 자라고 있구나!”
하고 기쁨을 준다.
2학기 말이 다가오기 전에 민호는 수시로 상지대학 경찰경호학과에 장학생으로 최종 합격하였다. 그리고 그 해 특수 교육원에서 주최한 독서 감상문 대회에 1학년 예진(가명)이와 함께 우수상, 장려상을 받아서 전교생 앞에서 수상하였다. 졸업식에서 3학년 담임 선생님들의 추천으로 표창장 (상지대 학장상)을 받았다. 졸업해서도 어머니께서 가끔 전화 주시고 민호는 네이트 온으로 쪽지를 날려온다.
몇 해 전 여름에도 우연히 시장을 지나다 나를 발견하고 시장 안 보리밥 식당으로 거의 밀어 넣으시고, 맛있는 반찬과 문어로 대접해 주셨다.
“선생님! 졸업한 지 2년 되었는데 만날 신세만 지고... 이젠 식사하셔도 되니데이. 벌써 대학 졸업반인데 학점이 생각보다 잘 나왔다며 누나랑 장학생 계속되는 것 아니냐?”
라며 농담했다고 하셨다.
졸업하면 태권도장에 초등학생 돌보는 사범으로 취직이 될 것 같다며 4단 사범시험 이론은 어렵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저렇게 열성으로 하는 모습은 나를감동시켰고 기쁘게 만들어 주었다.
고맙다. 민호야!
현종이는 취업박람회에서 구미의 두서너 곳에 동시 면접하여 합격하였다. 복지관과 연계하여 종이컵, 화장지 생산하는 곳 등 취업 현장을 몇 군데 들렀다. 쾌적한 곳도 있었지만 소음과 숙소가 불결한 곳도 있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제일 산업과 나눔 공동체도 오라고 하는데 조건이 더 좋은 복지관 재활 훈련받기를 원하였다.
몸에 배어 있는 냄새와 청결상태가 원인이었는데 겨울 방학에 가보니 취업은 가지 않고 온갖 물건이 다 있는 자기만의 방에서 고립되어 있었다.
본인의 나태함도 원인이지만 아버지의 동의서와 신체검사서 등이 필요한데 아무리 전화해도 대답뿐이고 동의서를 제출 안 하셔서 결국 취업을 포기하였다. 민호를 통해서 가끔 현황 소식을 들었다.
옛날 어떤 악명 높은 교장이 앞으로 이십 년 안에 사라질 직업이 교사라고 말하며 교무실에서 소리 질렀다.
그 이야기를 들은 지 삼십 년도 더 지났건만 나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 직업이 교사라고 생각한다.
AI가 수업을 아무리 잘해도 한 아이의 영혼을 따뜻하게 지켜봐 주고, 믿어주며, 성장하는 기쁨을 AI는 느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