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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낀 자 05화

잘난 그대여.

왜 그렇게 남의 얘기를 하는가?

by 오 코치
잘난 그대여.
왜 그렇게 남의 얘기를 하는가?



나먼저.jpg ©Williams Oscar A.Z. All rights reserved.



꼼꼼하다.
미리 챙긴다.
의전도 잘한다.
뭐라도 더 해보려고 더 뛰어다닌다.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다면 기꺼이 돕는다.
시작한 일은 끝까지 책임진다.
피드백도 잘 주고, 잘 받는다.
부족한 게 있으면 어떻게든 개선해 나간다.
적절한 시간 안에 좋은 결과물로.
자기 성찰을 하며, 본인 검열 기준도 높다.


일 참 잘하는 이 분.
나무랄 데 없을 만큼 완벽한 이 분.
조직에서도 높이 평가받고 있는 이 분.


“코치님, 저번에 말씀드렸던 옆팀 리더요. 참 답답합니다. 미리 공유해 달라고 여러 번 요청했는데 마감일까지 미루더니 결국 엉성하게 발표했어요. 같이 협력했던 리더들이 많이 당황했습니다. 정말 이해가 안 돼요. 여하튼 실무자들끼리라도 수정해야 할 것들 빠르게 대응하라고 귀띔해서, 그나마 말이 더 많이 나오는 건 막았어요. 그쪽 팀원들도 혼동이 크더라고요. 자기 상사가 꼼꼼하게 소통을 안 해줘서 몰랐다고 하니까요.”


세션의 대부분이 이렇게 타인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진다.


“이 분님!”
나는 두 손으로 타임아웃 제스처를 만들어 카메라 앞에 바짝 세웠다.


“네, 코치님.”
대답은 여전히 경쾌하고 속도감 있다.


“이 분님, 남 얘기 그만 안!”


“네?”


“누가 어떻고, 저 사람은 뭐가 잘했고, 이 사람은 뭐가 부족하고 말고요. 우리 이제 이 분님 얘기해요. 궁금한 게 있습니다. 물어봐도 될까요?”


흠칫 놀라는 표정이 스쳤다. 그 찰나의 순간에, 본인의 행동을 스스로 알아차린 표정이었다.

좋다. 바로 그거다.


“이 분님, 다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면 무엇을 얻으세요? 득이 되는 게 있으시니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 이야기하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유가 궁금하네요.”


이 분님 말이 없다.
나도 말이 없었다.


“세션 곧 끝나요. 오늘은 숙제드릴게요. 지금 질문한 것에 대한 답, 그리고 타인의 이야기를 이렇게 ‘신나게’ 하는 자신은 누구인가—그 두 가지에 대한 답을 다음 세션에 가져오시겠어요.”


뿅. 로그오프.


*** 타인의 이야기를 하는 자신은 무엇을 얻고자 그러는가? 우월감을 느끼고 싶은 걸까? 인정을 받고 싶은 걸까? 이미 잘하고 있음에도, 왜? 비교 속에서 그 감정을 느끼지 못하면 어쩌려는 걸까.


***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타인이 더 잘해서 괜히 심통이 나고, 배가 아프다면? 그 시간과 에너지를 그렇게 써서 어쩌려고?


*** 결과가 노력한 만큼 나올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는 걸 우리는 잘 안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사람에게 그 잣대를 들이대는 건 왜인가? 그래서 어쩌려고?


*** 그 시간과 에너지를 ‘타인’에게 쓰기 전에 ‘나’에게 단 1할이라도 써보면 참 좋겠다.


*** 타인에 대하여 에너지를 쓸 때는, 내가 나한테 다 쓰고도 남는 에너지가 있을 때. 그때 하는 거다.


*** ‘나’에게 먼저 물어보자. 무엇을 잘하고 있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힘을 얻고, 무엇에 쾌감을 느끼는지.


*** 하루 종일 이야기해도 모자랄 만큼 ‘나’를 알면 좋겠다.


오늘 말이 길 수밖에 없다.
잘난 고객님을 보면 더 욕심이 나서 그렇다.
이 코치의 마음을…
그저 이해해 주시길.







‘낀 자’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학교 교육을 마치면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돈벌이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돈벌이의 중심, 바로 ‘회사’라는 조직 속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낀 자’는 회사라는 조직 안의 모든 구성원을 말합니다. 우리는 늘 조직의 구조 안에 끼어 있고,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문제와 문제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끼어 있는 건 알겠는데 어렵고 힘도 들지요.

그 안에서 웃고, 울고, 또 울고…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틀림없이 나아지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조금 편히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낀 자’에게 그 작은 조각을 전하고자 합니다.


그 응원이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일 수 있도록, 한 편 한 편 쓰고 그렸습니다.


본 서문의 그림과 글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됩니다.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함께 나누고 싶으시다면 저자에게 알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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