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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낀 자 07화

언제까지 이 회사를 다녀야 하나요?

테스형

by 오 코치
언제까지 이 회사를 다녀야 하나요?
테스형



“저는 이 회사에 오래 다니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는 게 제 꿈이에요.”


그가 말했다. 그 분야에서 오랜 시간 일해온 내게, 경험과 노하우를 모두 들려 달라고 요청했다.

당찬 요청에 살짝 마음이 설렜다. 확실한 목표와 호기심 높은 태도가 좋았다.
십 년 정도의 경력을 쌓아오고 있는 터였다.


“오, 목표가 확실하네요. 제 경험은 얼마든지 들려드릴 수 있지요.
어떤 부분의 경험을 듣고 싶으세요? 그리고 그 이유가 궁금하네요.”


“어… 어… 어…”


(어? 어? 어? 생각을 정리할 틈이 필요한가?)


잠시 기다렸다.

싸하다.

생각할 때의 눈동자 움직임이 아니었다.
초점이 흔들리고, 어깨는 안으로 동그랗게 말렸다.

불과 1분 전, 당차게 목표를 밝히고 내 경험을 요청하던 모습은 없었다.


(뭐지?)


“그냥 제 얘기가 듣고 싶으셨던가 보네요. 흠… 그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 볼까요? 그에 맞춰 제 경험을 들려드릴게요. 어떠세요?”


“네, 좋아요.”

빠르게 대답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를 오래 다니지 않겠다고 하셨는데요, 이직을 고려하고 계신가요?
헤드헌터나 구인 공고를 살펴보고 계신가요?”


“아니요. 그건 아니에요.”


“아, 오케이. 아직 생각만 하고 있는 건가요?”


“네.”


“아하. 그렇다면 한 번 가정해 볼까요?

원하는 회사로 이직할 수 있다면, 가고 싶은 회사가 있나요?
그리고 어떤 일을 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고 싶나요?”


“어… 어…”


답이 없다. 그래도 잠시 기다렸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이고, 어떤 결과물이 나왔을 때 좋다고 느끼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물었다.


결과물이 예상과 다를 때는 어떻게 대응하는지,
이견이나 마찰이 생길 때는 어떻게 소통하는지,
자신의 창작물을 설명하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은 어떤지 물었다.


디렉터로서 하고 싶은 영역과 그 이유,
언제쯤 도전해보고 싶은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물었다.


그가 생각하는 ‘근육’을 어떻게 쓰는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그냥’, ‘잘’, ‘되게’, ‘그쯤’, ‘막’ 같은 단어의 조합뿐이었다.


초점은 없고, 문장은 추상적이었다.
그는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표현하는 방법도 몰랐다.


디렉터가 되고 싶은 이유는 물론,
‘어떤 일을 하는 디렉터가 되고 싶은지’조차 몰랐다.


“디렉터들은… 그렇게 하더라고요.”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경험을 나눠줄 수 없었다.
힘을 발휘하지 못한 질문과 잡히지 않는 답들이 오갔다.
시간이 종료되었다.


내가 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다만, ‘주관식 대신 객관식으로 질문하는 방법’을 내 연장통에 하나 더 넣었을 뿐이다.


(나훈아가 부릅니다. ‘테스형.’)


*** 처음에는 추상적일 수 있습니다.
하나씩 또렷하게 해 나가는 질문을 써 봅니다. 그리고 답해 봅니다.


*** 생각하는 근육을 키우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독서’입니다.
장르는 상관없습니다. 좋은 과외 선생님은 그렇게도 가까이에 있습니다.


*** 또렷하고 구체적일수록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습니다.
‘구체적일 수 있는 이유’가 그 방향을 만들어 줍니다.


*** 무엇이든 매일 조금씩 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 결국 둘 뿐입니다.


*** 아무도 도와주지 않더라도, 스스로를 도와주세요.
그렇게 하면 자신이 가장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 줍니다.


오늘 좀 많은 위로와 응원이 필요했네요.

제가 해 줬습니다!




몰라.jpg ©Williams Oscar A.Z. All rights reserved.






사람과 문제 사이, “낀 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야기 속에서
“생각 리터치”로 조금 다른 각도로 사고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울고 웃으며 달려왔습니다.


지금은 프로 코치로서, 생각의 결을 다듬고 있습니다.
글과 그림으로 더 많은 “낀 자”에게 닿기를 소원합니다.


생각이 잠시 머무는 곳,

오코치 드림


#생각의_잔상 #오늘의_사유 #감정의_기술 #직장인_리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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