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의 무게
해외근무 기회가 왔어요.
‘그냥’의 무게
“곧 채용 공고가 뜬다고 들었어요. 신청하려고요. 기회가 오면 해외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얘기한 적은 있어서 제 상사도 오케이 해주실 거예요.”
좋은 기회라 도전하는 내용인데, 목소리는 그렇지 않았다.
“오. 좋은 뉴스네요. 도전 좋아요. 해보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되겠네요. 원하는 대로 잘 되길 바랄게요. 이거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 아니면 다른 어젠다가 있으세요?”
심난해 보이는 그의 표정을 읽었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를 주었다.
“그런데요, 코치님. 기회가 오긴 했는데요. 꼭 해야 하나요? 그냥 여기서 계속 일해도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어요. 해외로 나가 보고 싶긴 했는데요.”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하시는 거예요? 이유가 있으세요?”
언행일치가 안 되는 어정쩡한 태도를 스스로 알고 있었고, 뒤로 발걸음을 치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럼요. 그냥요…”
“그냥이라… 그냥의 이유가 뭔데요?”
“아이들 학교를 옮기는 것도 적당한 시기인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지금 크게 불만은 없고, 계속 있어도 곧 좋은 기회를 회사에서 줄 것 같기도 해요. 얼마 전에 각 나라 팀장들과 매니지먼트가 모여 워크숍이 있어서 출장 다녀왔어요. 각 나라를 대표하는 분들과 얘기하니까 좋더라고요. 그런데 하고 싶은 말을 다 못 했어요. 이것저것 준비해 갔는데 분위기랑 시간에 쫓겨 얘기를 충분히 나누지 못하고 귀국했네요.”
“아, 그러셨군요. ‘그냥’이라 하셨지만, 다양한 이유가 있네요. 고민할 부분들이고요. 어떤 것이 가장 우려되세요?”
“하고 싶은 말을 다 못 했어요. 영어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흠. 하고 싶은 말이 뭐였나요?”
“하고 싶은 말이요… 시간이 없고 다들 이동하는 분위기라 못한 건데요. ‘다시 만나게 되면 일 잘할 수 있으니, 곧 만나면 좋겠어요’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흠. 말씀하신 내용이 앞뒤가 어긋나는 부분이 있어요. 제가 잘못 이해하면 정정해 주세요. 팀장님과 말할 기회를 못 잡은 건가요, 아니면 영어가 부족해서 말하지 못한 건가요? 또는 다른 이유가 있나요?”
“아. 그렇네요.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요…?”
얼굴이 금세 울상으로 변했다. 본인도 알고 있지만 대면하고 싶어 하지 않는 순간이 온 것이다.
(아… 보는 내가 괴롭네.)
“얘기해 보고 싶으세요? 아니면 바로 준비해야 할 실무적인 것들로 넘어갈까요?”
더 깊이 들어가는 건 속살을 건드리는 것이기에 한 텀 쉬자는 제안을 했다. 꼭 지금 다 짚지 않아도 된다.
“아니에요. 저도 이유를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얘기해도 괜찮아요, 코치님….”
자신 없는 목소리다.
“어떤 답을 찾고 싶으세요?”
“흠… 마음을 어느 쪽으로 잡아야 하는지… 그리고 그 이유요. 그러면 결정할 때 후회를 덜 할 것 같아요.”
“오늘 결론을 다 잡지 못할 수 있지만, 큰 프레임은 잡아볼까요?”
속으로 들어가는 질문을 시작했다…
***
해외 근무를 해보고 싶었던 이유가 무엇인가?
그 이유는 아직도 유효한가?
그저 막연한 로망이었는가?
그곳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그 일을 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을 얻고 싶은가?
그저 ‘멀리 가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일 수도 있다. 그럴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위 질문들에 답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
영어는 정말 큰 걸림돌인가?
그렇다.
그러나 ‘원어민처럼 하라’는 뜻은 아니다. 다양한 상황에서 말할 수 있도록 표현을 준비하지 않은 것이다.
준비의 문제이지, 영어 능력의 부족만은 아니다.
***
현장에서는 돌발 상황이 생긴다. 그럴 수 있다.
그렇다면 다녀와서 무엇을 했는가?
— 낫띵.
현장에서만 해결해야 하는 문제일까?
(로켓을 발사하거나 어려운 수술을 집도하는 일이 아니지 않은가.)
팔로업하고, 노출 빈도를 높여 관계를 형성해 볼 수 있다. 모르는 사람도 아니지 않은가. 정성을 조금 더 부어라. 게으르지 말자. 미루지 말자. 영어라는 ‘좋은’ 핑계 대지 말자…
(어떻게 모든 게 한 번에 원하는 대로 되겠는가.)
***
‘그냥’ 좋은데요.
설렁설렁한다면 결과도 설렁설렁 기대해야 한다.
뚜렷하게 목적의식을 가지고 한다면 결과도 그에 합당하게 나올 확률이 높다.
원하는 대로 될 확률이 높아진다.
설령 기대만큼 안 되더라도 다음 과정이 보인다.
인간은 매우 영리하다.
대충 하고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대충 하고, 좋은 결과가 안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도 하자.
***
그냥 되는 것은 많지 않다.
그래서 오늘도 한 땀, 한 땀이다.
여러분도 함께해요. 한 땀, 한 땀.
응원합니다!
사람과 문제 사이, “낀 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야기 속에서
“생각 리터치”로 조금 다른 각도로 사고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울고 웃으며 달려왔습니다.
지금은 프로 코치로서, 생각의 결을 다듬고 있습니다.
글과 그림으로 더 많은 “낀 자”에게 닿기를 소원합니다.
생각이 잠시 머무는 곳,
오코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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