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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나요.

화딱지와 기대치, 그 어디엔가...

by 오 코치
화가 나요.
화딱지와 기대치, 그 어디엔가…



“화가 나요. 화가. 왜들 그러는 걸까요?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화내는 저도 제 자신이 못마땅해요.”


스스로가 못마땅해서 골이 제대로 나 있었다. 그가 어떤 이유로 화가 나고, 못마땅한지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바로 이래 저래서 그런 것이다,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라고 힌트를 주며 성찰을 하도록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 남이 말해줘서 들을 것이었으면 예전에 개선이 되었을 것이다. 오늘도 물 한 모금을 마시고, 그의 문제가 스스로 질문을 찾아가도록 숨을 가다듬는다.


울상인 그의 표정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다. 웃는 표정을 지으면 웃는 표정을 만들기 위해 얼굴의 근육을 움직여야 한다. 인간이 가진 유익한 근육이라고 한다. 그 근육이 움직이면 뇌가 긍정 회로를 가동한다 했다. 긍정 회로가 가동되면 수용의 폭이 넓어지고, 사고할 수 있는 유연성에 도움이 된다. 왜 웃어야 하는지, 그리고 웃으면 복이 온다는 선조들의 말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니 기억하면 득이 된다.


일단 나의 표정을 미소와 함께 한껏 올렸다. 놀리는 것은 아니다.


“화나는 이유가 그들이 바보 같아서인가요?”


확정적 질문으로 시작했다. 그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바보 같아요. 지능이 낮다는 의미로 물으신 거 아닌 거 알아요. 아니, 왜 책임지고 준비해 오지 못하고, 모르는 것은 빠르게 와서 묻지도 않고, 융통성 있게 업무 처리를 못하냐는 거죠. 아, 정말 회의할 때마다 정말 화가 나요. 바로 피드백을 주지요. 여기서 제가 폭발해요.”


회의하던 상황을 생각하니 또 화가 치솟아 오르는지 그의 목소리도 커졌다. 목감기에 걸려 말하는 게 힘들다고 했음에도 그랬다.


“하… 생각만 해도 화가 나시나 봅니다. 에고. 너무 이해합니다. 여러 번 언급한 문제이니, 오늘은 진짜 한 번 다듬어 볼까요… 흠…”


여러 번 언급했고, 오늘은 정말 어떻게든 해보고 싶은 표정이었다. 중간중간 조금씩 다듬었지만, 계속 화가 나는 것이 기복이 자꾸 커진다고 했다.


(그렇지, 본인도 힘이 들지…)


미소를 크게 머금고 그에게 물었다.


“자. 그럼 오늘은 이렇게 해볼까요? 5년 후, 미래의 본인을 떠올려보세요. 조금 나이가 들었고, 조금 더 현명해졌고, 조금 더 평온해진 본인의 모습이에요. 그리고 그 ‘미래의 나’가 지금의 나에게 지혜로운 몇 마디를 해준다면 뭐라고 할 것 같아요?”


“엇?!”


(엇. 여기서 왜 '엇'이 나와? 뭐지? 표정 왜 놀라지?)


“엇? 왜요. 무슨 일이에요?”


“아니에요. 질문이 뭔지 잠시 생각해 봤어요.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한테 뭐라고 하냐’는 질문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관점이라… 잠시만요… 흠…”


그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침묵이 길었다. 회전의자를 좌우로 돌리며 고개를 오른쪽으로 기울였다, 왼쪽으로 기울였다 제스처가 컸다. 확실히 고민 중이었다. 그러고도 한참을 조용히 생각했다.


(오래. 더 오래 생각하소서… 좋은 지혜를 던지고 가게 하시옵소서…) 나는 속으로 바랐다.

절대 먼저 침묵을 깨지 않는다. 고객이 신호를 보내기를 기도하며 기다린다.


“흡. 코치님. 이렇게 말해줄 것 같아요. ‘거참. 어허 참. 화딱지가 올라오면 미팅을 멈춰. 먼저 말하기 전에 무조건 멈추고, 시간을 지연해. 그리고 그러려니 해.’라고요…”


(오호!)


“본인의 조언이 마음에 드세요? 그렇게 하면 화내는 것이 현저히 낮아질 것 같아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이 답을 아는 게 신기한 듯 연신 끄덕였다.


“좋아요. 그런데 만약이에요. 미팅을 멈출 수 없는 상황일 수 있잖아요. 이해관계가 엉긴 갑이거나, 높은 지위의 결정권자와 나누는 회의일 때요. 그럴 때는 어떡하시겠어요?”


“아. 그렇죠. 그런 상황일 수도 있죠. 그냥 입을 다물겠어요. 더 화가 많이 나고 있을 거지만, 시간을 지연하는 게 맞아요. 시간은 많은 것을 회복하게 하는 힘이 있잖아요.”


순식간에 답했다. 확신이 있는 본인의 답을 발견했기에 가능하다고 여겼다.


“코치님, 그런데요. 코치님도 오랜 시간 회사 다니셨잖아요. 잘하셨죠? 코치님 볼 때마다 걱정 하나 없어 보이 셔서요. 편안하게 잘 운영하고 리딩하셨을 거라 생각했어요.”


(아뇨, 그럴 리가요!!!)


“하핫. 제가 평온해 보여요? 우핫! 칭찬으로 감사히 받겠습니다. 하지만, 회사 다닐 때는… 아마 상상하고 싶지 않을 겁니다. 난리법석이었지요. 오죽하면 코치가 되었겠나 생각해 주세요. 인사 관련 업무를 하거나 사람·심리 전공자도 아닌데 말이죠. 미대 나왔습니다. 디자인 영역에서 삼십여 년 일했고요. 제 얘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해드릴게요…”


“난리셨다고요? 왜요? 일 잘하셨을 것 같은데요.”


(에고고고.)


“아. 하핫. 일 잘하게 생겼구나. 이 칭찬도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의 호기심을 다 충족시키고 싶었으나, 세션 종료 알람창이 떴다.
Saved by the bell~


***


그가 화가 나는 이유를 더 캐내었다.
본인이 세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을 때, 화의 트리거가 있었다.


기대치는 얼마든지 세울 수 있다.

다만, 모두가 본인의 기대치와 같지 않다.

그것을 존중해 주고 살펴야 한다.


그러기를 거부하면, 계속 화를 내다가 병난다.

누구 손해? 본인이다.


***


다름을 인지하고, 다른 대로 관리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키우자.

윈윈이다.


본인의 소통 능력은 확장되고, 상대는 상대의 속도와 기대치로 존중받을 수 있다.

기대치가 많이 어긋나는 경우,

다름인가? 틀림인가를 살펴본다.


화내는 것이 답이 아니다.


***


기대치에는 속도, 성과, 목적의식이 포함되어 있다.
화내는 자는 속도가 빠르고, 성과는 A급이며, 의미 있는 성취를 원한다.


모두가 같지 않다.
그러니 기대치가 다름을 인지하고 인정하자.


모두가 회사 일에 대한 기대치가 다르다.


***

(저도 몰랐습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조차 요…

다시 비슷한 역량을 써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이제는 알겠지요.

그리고 그런 역량을 펼치고, 권한을 가지고 있는 순간을 조금은 천천히 즐기려 할 것 같아요.

왜 그렇게 전속력으로 달렸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됩니다.)


여러분, 기대치가 달라요.


본인과 대화해 보세요.
‘나나 잘해본다’를 더 하시길.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요? 듣기 싫어도 해주고 싶은말...뭐가 있으십니까!


코칭 세션 때, 평온한 표정을 짓는 오코치가 응원합니다!




©Williams Oscar A.Z. All rights reserved.






사람과 문제 사이, “낀 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야기 속에서

“생각 리터치”로 조금 다른 각도로 사고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울고 웃으며 달려왔습니다.


지금은 프로 코치로서, 생각의 결을 다듬고 있습니다.

글과 그림으로 더 많은 “낀 자”에게 닿기를 소원합니다.


생각이 잠시 머무는 곳,

오코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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