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천사의 입맞춤'
이놈의 전화
우당탕탕, ‘천사의 입맞춤’
“바쁜 일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어요. 곧 긴 휴가를 가려고요. 협업하는 프로젝트가 남아 있긴 해도, 갈 거예요. 그리고 누구의 전화도 받지 않을 거예요!”
입술을 앙 물며 얘기한다. *일한 자여 떠나라…*에 걸맞은 꿈같은 휴가에 대한 즐거움보다는, 대단한 결단을 내린 듯 말했다.
(왜 결기 하는데?...)
“오, 휴가! 정신없이 바쁘다더니 드디어 마무리하셨군요. 고생하셨어요. 그런데 휴가 얘기하면서 뭘 그리 다짐하듯 말하세요? 신나는 거 아니세요?”
오늘 그의 세션에서 핵심 가치를 탐구하기로 했지만, 소소한 엇박자의 행동을 짚고 가면 숨겨둔 보물창고 같은 무언가를 발견할 때가 많다. 언제나 얘기했듯, 거슬림은 ‘천사의 입맞춤’이다. 천사치고는 우당탕탕하지만, 오죽 내가 못 알아채면 그러겠나 싶어 이해하기로 했다.
“휴가는 너무 신나요. 대단한 걸 할 건 아니지만 너어무 좋아요. 그런데요… 업무 전화는 정말 안 받으려고요. 너무 스트레스예요.”
고개를 가로저으며 손사래까지 친다. 생기발랄했던 표정에서 금세 미간이 좁아지고 입꼬리까지 내려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근무 시간이 아닌데 전화를 자꾸 하세요. 외부 파트너분들은 제 스케줄을 모르니까 그건 괜찮아요. 그런데 회사 분들은 제 스케줄 알면서 본인 급하다고 전화를 하세요. 급하신가 보다 생각해서 받으면… 딱히 급하지도 않은 내용이고요. 아, 정말 너무해요! 저는 절대 그러지 않거든요. 퇴근 시간 이후나 주말, 휴가라면 전화하지 않아요. 그런데 왜 그들은 제 시간을 존중하지 않는 걸까요?...”
봇물 터지듯 힘들었던 통화 이야기를 쏟아낸다.
“그렇죠. 퇴근 이후 일 관련 뭔가를 하는 건 싫을 수 있어요. 그런데 스트레스받는 이유가 뭐예요?”
당최 무슨 질문이냐는 눈빛이 화면을 뚫는다. 정확한 이유를 찾도록 질문을 다시 건넸다.
“시간을 존중 안 해서 화가 난 건가요? 일이 많아서 쉬는 날까지 처리해야 해서 힘든 건가요? 아니면 쉬는 걸 방해받아 짜증이 나는 걸까요? 모두? 아니면 전혀 다른 이유?”
이유들을 나열했고, 그는 하나하나 곱씹었다. '스트레스'라는 큰 덩어리로만 생각했기에 통화 자체를 거부감으로 묶어 두었을 것이다.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음… 말씀해 주신 이유들도 조금씩 있긴 한데요… 그거보다는…”
(오, 그렇지. 이제 그 감정을 드러내 보자.)
“… 그거보다는… 그냥 무조건 통화를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에요. 감정으로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하. 그의 코어가 나타났다.)
“자기 규율, 혹은 규율의 문제 같아요. 틀리면 말해주세요. 통제 불가 vs 통제 가능의 문제예요. 본인이 선택할 수 없고, ‘책임감’이라는 옷까지 입혀진 상태에서 업무 외 시간에 전화가 오는 것. 본인만의 룰을 침범해서 거부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건 아닌가 해요. 맞다면, 전화를 받아도 통제 가능한 영역으로 바꿔주는 방법을 찾으면 되고요. 여기까지 오류 있나요?”
“맞아요, 코치님. 외부 파트너는 제가 담당이니까 괜찮고요. 회사 분들은… 본인들이 무조건적으로 통화를 요청하니까요. 제가 통제할 수가 없어요.”
그렇다. 그는 급하거나, 본인만 아는 정보를 공유해야 할 때는 괜찮았다. 근무 시간과도 무관했다. 다만, 자신의 자유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부딪히는 것이었다.
***
모든 소통을 통제할 수 없다.
일일이 찾아다니거나 미리 공유해도 모두가 내 스케줄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그가 통제 가능한 영역으로 넣을 수 있는 것은?
걸려오는 연락을 받고, 급하지 않은 내용을 필터링한다?
글쎄… 상대는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시간을 쓸 가능성이 높다.
또는,
걸려오는 통화에 자동문자를 보낸다?
‘지금 통화하기 어렵습니다. 급한 용건은 문자로 남겨주세요.’
딱 여기까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급하면 문자가 올 것이다.
더 급하면 다시 걸 것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으신가요?
***
그리고, 그 통화를 받지 않아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치더라도,
그 또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잊지 말자.
살다 보면 별별 일이 다 생기니까.
***
스트레스는 하루에 참 다양한 방식으로 찾아온다.
그 스트레스의 정확한 이유와 감정을 명명할 수 있다면,
답은 자연스레 보인다.
오늘 내 스트레스는
갑자기 변경된 일정.
이어지는 일정에 영향을 주어, 다른 것들을 조정해야 하는 수고스러움과 피곤함 때문이었다.
그 덕에 업무는 오히려 빨리 끝났고, 오후 일정이 비었다.
피곤함에는 휴식이 약이다.
예전 같았으면 일정 변경에 으르렁대며
그 사람에게 내 ‘수고스러움’을 갚느라
또 다른 에너지를 쏟았을 것이다.
타인에게 쓸모없는 에너지 낭비는 하지 않는다.
오늘 오후는 쉰다.
나를 위해 쉰다.
***
오늘 여러분이 받은 우당탕탕 ‘천사의 입맞춤’은 무엇인가요?
기억하시죠?
우리가 못 알아들어서 우당탕탕, 거슬림으로 오는 거라고요.
천사의 거친 입맞춤을 받은 오코치가 응원합니다!
사람과 문제 사이, “낀 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야기 속에서
“생각 리터치”로 조금 다른 각도로 사고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울고 웃으며 달려왔습니다.
지금은 프로 코치로서, 생각의 결을 다듬고 있습니다.
글과 그림으로 더 많은 “낀 자”에게 닿기를 소원합니다.
생각이 잠시 머무는 곳,
오코치 드림
#생각의_잔상 #오늘의_사유 #감정의_기술 #직장인_리셋 #공감_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