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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낀 자 10화

내가 잘하고 있잖아요.

불안의 온도와 냉수 한 잔

by 오 코치

내가 잘하고 있잖아요.
불안의 온도와 냉수 한 잔


“지금 충분히 잘하고 계십니다….”


응원 반, 우려 반의 마음을 담아 그에게 답했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답답함과 만족스럽지 못한 여운이 남아 있었다. 피드백과 결과물을 통해 스스로도 잘하고 있음을 확인했음에도, 그는 계속 움찔거리며 더 많이, 더 빨리 앞으로 나가려는 마음을 앞세웠다.


목마름에 소금물을 들이켠다고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소금물을 계속 마셨다. 시원한 냉수의 맛을 기억해 낼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야 했다. 화면에 비친 그의 모습을 보며 나의 생각과 눈빛은 분주하게 그를 살폈다.


(아. 냉수… 냉수… 냉수야…)


헛기침으로 목소리를 가다듬고 톤을 높여 물었다.


“지금 더 해보고 싶은 것들을 잘하시면 되죠. 그런데요… 그렇게 또 하시면 되는데, 저에게 같은 언급을 반복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 확언이 필요한 분은 아닌 것 같은데요. 왜일까요? 무엇을 말하고 싶으신 건가요? 어떤 답을 찾고 계신 건가요?”


평소 같았으면 후다다닥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답했을 텐데, 그는 입을 떼지 못했다. 여러 번 언급했다는 것을 본인은 인식하지 못했고, 왜 자꾸 얘기하는지 명확한 이유도 몰랐다.


아직은.


기다렸다.


(휴우. 냉수야~~)


“저요….”


(응? 처음 듣는 목소리 톤인데… 작고 연약한 소리…)

“네.”


“그렇게 질문을 받으니까 새삼 느껴지는 게 있어요. 사실은 좀 무서운 것 같아요. 계속 올라갈 수만은 없잖아요. 이렇게 계속 달리는 건 힘들잖아요….”


“…”


“성과를 내도, 저보다 더 잘하는 사람은 언제든 있을 거고요. 누군가 더 잘할 때는 자리를 비켜줘야 할 때도 있고요. 다른 곳에 가더라도 비슷한 상황이 또 생길 거고요… 그래서 지금 더, 더, 더를 하고 있나 봐요.”


“그렇죠… 무섭죠. 무서울 수 있어요. 그 무서움이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일자리가 없을까 봐 그럴까요? 생계가 어려워질까 봐? 일자리 찾는 게 어려울까 봐? 어떤 이유일까요?”


“아… 그런 이유도 있긴 한데요. 제가 정말 걱정되는 건… 제가 너무 작게 느껴질까 봐요. 그런 일은 없겠죠?”


그는 고백하듯 취약한 생각을 꺼내느라 어색해했다. 그 순간 나는 그가 취약함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내 마음속에서 큰 박수를 보냈다. 그는 심각했지만 나는 웃었다.


“그런 일은 당연히 있을 수 있어요. 잘하셨어요. 올라가면 내려간다, 또 올라간다, 또 내린다를 알아차린 듯해 저는 매우 기쁩니다. 걱정은 충분히 하셔도 됩니다. 그 걱정에 대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안 해야 할지 얘기해 보면 좋겠어요.”


“그렇죠? 그런 일은 일어나겠죠? 다시 도전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네. 도전은 해야죠. 그 내용은 잠시 보류하고요. 그 무서움에 대해 좀 더 짚고 넘어가면 좋겠어요. 진짜 무서운 원인, 이유를 아시나요?”


비슷한 질문이지만, 알아차리기 전과 후는 다른 관점으로 확장되기에 다시 물었다.


***


다양한 이유로 두려움과 초조함이 든다.
인간의 뇌는 그렇게 작동하도록 되어 있다


— 부정적으로, 회피하도록.


그래서 바로 그 바닥에 닿아보는 질문,
‘최악의 경우에 어떤 일이 발생할까?’
최선의 경우도 생각하면 좋다.


최악과 최선, 그 어딘가의 상황이 실제로 생길 것이다.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인지하고 준비하면 된다.


말처럼 쉽냐고?


해보라.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그리고 하나씩 준비하면 된다.

정말 최악의 경우가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면,
없던 절박함과 긴박감이 자극제가 되어 상상의 나래를 넓게 펼쳐 준다.

여러분은 이미 영리하고 지혜로워서,

그 절박함과 긴박감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답을 찾을 것이다.

(감사하게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이런저런 짐으로 꽉 찬 열기구를 타고 하늘을 날다가 갑자기 고도가 낮아져 운항해야 한다면, 그때 무엇을 하겠는가?


무게를 가볍게 하려고 불필요한 것부터 밖으로 던지지 않겠는가.

지금 잘 달리고 있더라도 불필요한 것을 털어내 보라.


욕심이라던가, 집착이라던가, 인정 욕구라던가, 남 탓 같은 것들을.


냉수를 마시고 우리 정신을 다시 한번 가다듬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둘 다 정리하고 청소하면 좋다.


***

그리고, 지금 — 어제와 미래를 보지 말고,

지금을 보자.

지금에 살자.


가지고 있을 때, 순간순간 느끼고, 감사하고, 즐기는 것도 대단한 능력이다.

능력은 꾸준히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이기에,

그 공을 들이지 않으면 능력으로 되지 않는다.


***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그 능력이 없었다(?)

(무능했다고요...)

잘 못했다. 하지만, 어제보다는 잘한다.


어제보다 오늘 능력이 더 좋아진 오코치가 응원합니다.
함께해요!

오늘요!



소금물.jpg ©Williams Oscar A.Z. All rights reserved.







사람과 문제 사이, “낀 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야기 속에서

“생각 리터치”로 조금 다른 각도로 사고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울고 웃으며 달려왔습니다.


지금은 프로 코치로서, 생각의 결을 다듬고 있습니다.

글과 그림으로 더 많은 “낀 자”에게 닿기를 소원합니다.


생각이 잠시 머무는 곳,

오코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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