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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도 빌라사는 사람이 있어요?

어린이집 엄마들끼리 원래 이런 말이 오가나요?

by 글로업

어린이집 부모참여수업에


명품을 한껏 바르고 온 엄마가


내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뒤를 돌아보니 몽끌레어 로고와


화려한 그녀의 화장이 눈에 들어왔다.

(꼴깍)




마치 상사 앞에라도 선 신입직원처럼


입술이 바짝 말랐다.






"ㅇㅇ 엄마?"


초면인데 초면이 아닌 듯이


명품을 바른 엄마가 말을 걸었다.



"아... 네 맞아요. 혹시 누구 엄마세요?"


"나 ㅁㅁ이 엄마~. 여기 태양반 엄마들이에요."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 쓰며


명품 바른 엄마는 주변 엄마들까지 소개했다.


(다른 엄마들도 다들 붙잡힌 모양새였다.)


(창살 없는 감옥이 바로 여기)




뭔지 모르게 이 자리를 피하고 싶어진 나.


주변 엄마들과 눈도장을 찍고


돌아서려는데,


명품 바른 엄마가 어디 가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불러 세웠다.




"근데 어디 살아?"


말투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경우 없음이


이제는 내 목을 졸라매는 느낌이었다.

(꾸엑)

(호흡 불가)





아파트 이름을 얼른 말하고는


언제 이 자리에서 도망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는데,


명품 바른 엄마는 또 다른 엄마를 붙잡


개인정보 강제 유출 시켰다.

(안타깝...)




그리고 그 엄마에게도 어디 사는지 묻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공통 면접 질문)



"음... 저는 환장시장 근처에 살아요."

(고지능 엄마다.)

(개인정보 유출을 저렇게 막을 수도 있는 거였구나.)




내가 사는 아파트까지 오픈해버린


과거의 내 주둥이를 원망하며


그 엄마의 대답에 감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명품 바른 엄마는 지지 않고 되물었다.

(지능과 집요함의 싸움인가)

(쿨럭)




"아니 그래서 어디 아파트인데요?"



집요한 질문에 고지능 엄마는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한참을 망설였다.



"음...."

(이쯤 되니 그녀의 답이 궁금해 죽을 지경)



"사실은...."



"시장 근처 빌라 살고 있어서요."

(!!!)




내 추측은 빗나갔다.


아파트 이름을 일부러 알려주지 않은 게 아니었다.




명품 바른 엄마는 말을 이어갔다.


"요새도 빌라 사는 사람이 있어요?"

(???!!!)



무례한 질문을


목을 꼿꼿이 세우고


눈알이 빠질 듯이


눈썹을 정수리 근처까지 추켜올린


그녀의 모습이 마치 타조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빌라에 살든 아파트에 살든 무슨 상관인가.




빌라에 산다는 엄마는 당황한 표정과 함께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 멍한 표정으로


명품 바른 엄마를 바라봤다.




그 순간, 그녀의 2절이 시작됐다.



"나는 빌라촌에 사는 애들이랑


우리 애를 같은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아서


사립초등학교 보내려고 했는데..."

(???!!!!)



명품 바른 엄마의 막말 퍼레이드에


내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어린이집 엄마들 간의 통성명이


이렇게나 당황스러운 것이던가?




이때 처음 깨달았다.


사는 곳을 물어보는 것이


누군가한테는 재력을 확인하는 수단이라는 것을.


사는 곳을 묻는 것도, 답하는 것도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것을.




그 깨달음을 혼자 멍 때리며


깊이 마음에 새기고 있는데


명품 바른 엄마가 나에게 다가왔다.



"혹시 다음 주 금요일에 시간 있어요?"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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