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동요제 작은 별들의 노래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몇 번을 보고 들어도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 그 순수한 노랫소리.
무대 위에서 열창하던 작은 몸짓이 한 줄기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던 그날을, 다시 글로 불러낸다.
양평군에는 해마다 특별한 축제가 열린다. 출산친화 가족 사랑 양평동요제.
저출산 시대에 아이 낳기 좋은 세상을 알리고 온 가족이 함께 어울리며 노래로 사랑을 나누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이 동요제는 어느덧 열한 번째를 맞은 큰 행사이다.
양평군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모두 참여해 지역 공동체의 힘을 보여주는 명실상부한 화합의 장이다.
작년 사임당어린이집은 그 무대에 처음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무엇보다도 특별했던 것은 그동안 한 번도 무대에 오른 적 없던 만 2세 아이들을 출전시킨 일이었다.
보통은 6~7세 아이들이 주축이 되는 대회였기에 “아직 아기인데 과연 가능할까?”라는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나는 아이들의 가능성을 믿었고 그 순수한 웃음을 무대 위에서 꽃피우고 싶었다.
결과는 감동적이었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끝까지 노래를 불러내며 그 해 가족 기쁨상을 수상했던 것이다.
올해는 두 번째 도전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작년보다 더 큰 걱정이 따랐다.
올해 아이들은 말이 늦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잘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이 앞섰지만 놀랍게도 연습이 거듭될수록 아이들은 조금씩 달라졌다.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반복된 노래는 습관이 되었고 그 습관은 곧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큰 규모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는 만 2세는 아기라 여겨 감히 도전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임당어린이집에서 만 2세는 가장 큰 언니·오빠이다.
우리는 가장 어린 나이로 그러나 가장 큰 용기로 다시 한번 이 무대에 올랐다.
그 용기와 도전이야말로 이미 하나의 감동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지켜온 사랑과 존중 그리고 진심이라는 교육 철학이 무대 위에서 노래가 되어 울려 퍼진 순간이었다.
도전의 결정을 내린 후 마음속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아직 또렷하게 말도 하지 못하는 아이들, 낯선 사람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기 일쑤인 아이들, 극도로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아이들이 있었으니 무대라는 벽 앞에서 멈추지 않을까 두려웠다.
그러나 두려움은 곧 믿음으로 바뀌었다.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습이 반복될수록 아이들의 모습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처음에는 어눌하게 흉내 내던 노랫말도 이내 익숙해져 “오늘은 이제 그만할래요”라며 천진하게 말하는 꼬마들이었다.
하지만 대회가 가까워지자 변화가 시작되었다.
대회 전날에는 스스로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반복하며 즐거워했고 대회 당일 아침에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노래를 흥얼거리며 등원했다.
작은 입술에서 맑게 흘러나온 선율은 준비의 결실이자 아이들 스스로 길러낸 행복의 습관이었다.
무대에 대한 긴장과 떨림을 덜어주기 위해 우리는 어린이집 안에 작은 무대를 마련했다.
모든 선생님과 동생들이 앞자리에 앉아 관객이 되어주었고 아이들은 낯설지만 따뜻한 시선 속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인근 교회 무대에도 섰다.
낯선 이들의 시선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두려움 대신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교사들은 작은 실수에도 크게 웃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아이들은 그 칭찬을 먹고 더욱 자라났다.
지도교사의 세심한 배려와 사랑은 아이들의 성장을 이끌었다.
작은 무대에서 큰 무대로 낯선 시선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용기라는 선물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그 용기는 무대에서 주인공들의 목소리를 더욱 당당하게 만들어줄 씨앗이 되었다.
대회 당일 아이들은 평소보다 일찍 잠들고 충분히 낮잠을 잔 덕분에 밝은 표정으로 대회장으로 향했다.
통학버스 안은 설렘으로 가득했고 작은 입술에서 흥얼거림이 스스로에게 건네는 용기의 주문 같았다.
그러나 대회장은 또 다른 세상이었다.
수많은 관객과 화려한 조명 낯선 분위기에 꼬마 주인공들은 순간 긴장하는 듯했다. 더구나 객석에 앉아 있는 부모님을 발견하자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그때 교사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부드럽게 속삭였다. “네가 무대에서 예쁘게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면 엄마 아빠가 얼마나 기뻐하실까? 혹시 울어서 노래를 못하면 부모님이 속상해하실 거야.
하지만 네가 멋진 모습을 보여주면 상도 받을 수 있어. 금빛 메달을 목에 건 네 모습을 보면 가족 모두가 세상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하실 거야.”
따뜻한 말은 작은 마음에 용기의 불씨를 지펴주었다.
방울방울 맺히던 눈물이 잦아들고 다시 무대를 향한 힘이 가슴속에서 차올랐다.
드디어 아홉 명의 작은 꿈나무들이 첫 순서로 무대 위로 올랐다. 그런데 사랑스러운 아이 한 명이 단상에 앉아버렸다. 관객석에서는 순수한 귀여움에 웃음꽃이 번졌지만 내 등줄기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잠시의 긴장
그러나 사랑둥이들의 발걸음이 차츰 모이고 음악이 흐르자 눈앞에서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연습 때보다 더 큰 목소리 더 힘찬 몸짓이 무대를 가득 메웠다.
한 아이는 빠르게 또 한 아이는 느리게 제멋대로 노래했지만 그 귀여운 소리가 모여 서툰 중창이 되었다.
미흡했지만 그 안에는 아이들만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온 마음을 다해 노래했다.
울음도 머뭇거림도 없었다. 아홉 아이들은 별처럼 빛나며 하나의 합창이 되었다.
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부모들의 눈시울은 젖었고 천사들의 음성은 단순한 노랫소리가 아니라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당당한 외침이었다.
시상식에서 아이들은 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었다.
어떤 아이는 금메달리스트처럼 메달을 깨물며 장난스럽게 웃었고 어떤 아이는 아빠 품에 안겨 자랑스럽게 목걸이를 흔들었다.
특히 바쁜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할 줄 알았던 한 아버지가 먼 길을 달려와 시상식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모두의 마음이 큰 감동으로 물들었다.
대회가 끝난 뒤에도 아이들은 버블쇼와 레이저쇼에 환호했으며 가족들은 함께 사진을 찍고 축제의 시간을 만끽했다.
긴 시간을 함께해 준 부모들의 헌신 또한 아낌없는 사랑이었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복잡한 공간에서 세 시간을 넘게 버티는 일은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 어려움을 감내한 부모들의 모습 속에서 나는 가족이라는 사랑의 공동체의 위대함을 다시금 확인했다.
그날 아이들이 보여준 무대는 단순한 경연이 아니었다.
아직 서툰 만 2세 영아들이 가족과 교사의 응원 속에서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낸 순간이었다.
그것은 작은 노래가 아니라 사랑과 정성이 모여 이룬 행복의 기록이었다.
아이들은 별처럼 반짝였고 부모들은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 시간은 단순한 대회가 아니라 서로를 격려하며 행복을 만들어가는 공동체의 축제였다.
행복 인문학의 창시자 김용진 교수가 말하는 감사와 존중 나눔의 가치가 자연스레 녹아든 순간이었다.
행복은 거창한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에 충실하는 지금 이 순간의 경험 속에서 자라난다.
무엇보다 기쁜 것은 올해도 작년에 이어 다시 한 번 가족 기쁨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이다. 이 상은 단순한 성과가 아니라 아이들의 용기와 교사의 헌신 그리고 부모의 응원이 함께 만들어낸 공동의 열매였다.
작은 몸짓으로 마이크 앞에 선 아홉 아이들 그 용기와 미소는 이미 세상에서 가장 큰상이었다.
어린 자녀가 노래하는 그 순간, 빛나는 공연장은 곧 행복의 집이 되었고 그 행복은 사랑과 존중 진심의 가치 위에서 지금도 여전히 노래하고 있다.
플라톤은 행복을 ‘자신의 본성에 충실한 삶’에서 찾았다.
작은 몸짓으로 노래한 아이들의 모습은 그 철학을 가장 순수하게 보여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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