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된 스승께
프롤로그
하늘로 떠난 한 분의 시인을 그리며 남은 제자의 마음으로 씁니다.
황보영
사람이 먼저 돼라
소녀 시절 은사님 말씀
가슴 깊이 새겨져 삶의 등불 된 문장
세월이 돌아 시 창작 교실에서 듣게 될 줄이야
시인이 되기 전 사람이 먼저 돼라
심장이 멎을 듯한 전율 속
인연에 감사하던 그날
마음 한편에 불빛 하나 켜졌는데
그 불빛 사라지기도 전 이렇게 황망할 수가
믿기 어려워 돋보기를 다시 들었다가
작은 창 속 글자가 눈물에 젖어 흐려지고
무너지는 몸을 의자에 기울이며
선생님 미소만 선명히 떠올라
너른 마음 높은 학식으로 자애로웠던 시인
그 이름 구름에 실려 온 오후
온화한 미소로
시심은 동심이라던 울림
닫힌 생각의 문 두드리던 음성
아직 교실의 공기 속에 스며
울림의 길 위에서
시인을 만나
시 창작 초입에 선 나
서투른 시어 내밀던 시간
그 기회 영영 품을 수 없게 되었네
가끔 마주 앉던 짧은 시간
시인의 눈빛이 불빛처럼 안을 스쳐
오늘 그 자리가 텅 비었다는 생각에
슬픔 눈 안으로 번지고
오래 함께한 제자들 숨결
더 깊은 물빛으로 가라앉는다
한 줄의 시처럼 스쳐간 삶
그 한 줄이 누군가의 세상을 밝혔듯
이별 또한 그 빛 품은 채
어둠 속 별이 되네
맑은 하늘 아래
시인의 숨결 가을빛으로 물들어
영원의 페이지에 머물고
시를 사랑하던 분
사람을 품던 마음
양평의 하늘 어딘가 그 향기 닿아
선생님
이제 하늘에서 한 편의 시가 되어
가을바람 따라 고요히 영면하시길
당신의 시혼 별빛 되어
우리의 길 위를 조용히 비추어 주소서
그 빛의 잔향 속에
이 슬픔 아직 다시 한 줄 시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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