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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예지 and Yeji Son Aug 30. 2024

감정조절을 하고 싶다면 호흡조절부터

심리학자의 일상 고찰 - 감정조절하는 법 

미국 상담심리 박사 과정의 마지막 해는 풀타임으로 일 년 동안 임상 경험을 쌓는 인턴십을 포함하는데, 나는 그 과정을 지난 금요일에 마쳤다. 이제 나는 시애틀로 가서 며칠 안에 새 아파트를 찾고, 그다음에는 뉴욕으로 가서 내 파트너가 인턴십을 마치는 한 달 동안 뉴욕에서 생활할 것이다.


짧은 시간 안에 대륙을 횡단하고 이사하는 이 상황이 압도적으로 느껴지지만, 그래서 내가 지난 1년 동안 인턴십을 하며 많은 성장을 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압도되고 불안한 상황에서도 나는 지금 제정신을 유지하고 잠도 자고 밥도 먹고 운동도 하며 꽤 잘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항상 이랬던 것은 아니다. 예전의 나는 이런 압도적인 경험을 할 때마다 삶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특히 잠을 이루는 것이 항상 어려웠다.


심리학자가 되기 위한 지식과 훈련을 받으며 깨달은 것은 신체를 관찰함으로써 감정적으로 압도된 상태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감정적으로 불안하고 압도되면 사람은 호흡이 얕아지고, 몸이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얼어붙은 상태가 된다. 이는 진화심리학적으로 볼 때, 인간의 생존 메커니즘에 기초한 생존 반응이다. 마치 사슴이 차가 달려오면 피하지 않고 얼어붙는 것처럼, 사람도 압도적인 경험 앞에서 온몸이 얼어붙을 수 있다. 약한 동물에게는 압도적인 포식자가 다가올 때 죽은 척하는 것이 가장 생존 가능성이 높은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진화심리학에 기초한 생존 메커니즘을 더 이야기하자면, 생존 방법으로는 얼어붙는 (freeze) 반응 외에도 싸우는 반응 (fight)과 도망가는 (flight) 반응들이 있다. 심리학적 용어로 표현하자면 fight, flight, freeze 반응이다. 인간의 뇌는 고통을 위협으로 기억할 때, 그 경험을 피하기 위해 신체가 빠르게 fight, flight, freeze 할 수 있도록 신호를 보낸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경험 앞에서 충분히 생각하지 못하고 감정과 신체의 통제력을 잃고 생존 모드로 들어간다.


다시 통제력을 되찾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이미 생존 모드에 들어가면 감정에 휩쓸리고 끊임없이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를 물기 때문에 스스로 진정시키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훈련이 필요하다. 평상시에 무거운 것을 드는 신체 운동을 한 사람이 무거운 것을 들어야 할 때 더 쉽게 들 수 있는 것처럼, 나는 명상을 훈련하며 감정에 압도되었음을 알아차리고 신체를 편안하게 되돌림으로써 통제력을 되찾았다.


이번 인턴십 내내 나는 호흡 명상을 훈련했다. 매일 훈련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나는 일주일에 3일 정도 하루 10분씩 연습했다. 호흡 명상을 하면 의식적으로 호흡을 관찰하게 되는데, 그 연습이 쌓이면 호흡을 관찰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이 능력이 실제로 감정에 압도되어 얕은 호흡을 알아차리게 하고, 나는 의식적으로 깊고 안정적인 호흡을 통해 신체를 안정시킬 수 있었다. 내 몸이 생존 상태로 들어가려고 할 때 호흡을 조절함으로써 평온한 상태로 되돌린 것이다. 이를 보면 감정 조절은 결국 신체를 조절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삶의 어려운 상황에서 평정심을 되찾는 것은 무거운 것을 갑자기 들어야 하는 상황과 같다. 그리고 일상의 의식적인 연습을 통해 감정조절을 훈련할 수 있다는 것을 내 삶으로 생생히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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