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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예지 and Yeji Son Aug 30. 2024

한국인들의 MBTI에 대한 열정 그 너머

미국 심리학자의 한국인 탐구

미국 생활 8년 차에 접어들었다. 가끔 한국에 갈 때마다 변화하는 한국의 모습을 느끼고, 동시에 한국 사람임에도 한국적 사고방식에서 멀어지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에서 MBTI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심지어 데이트할 때 MBTI를 먼저 물어본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기도 했다.

내가 관찰한 바로는 한국 사람들이 MBTI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성격, 심리 검사를 즐기는 경향이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내 나름의 해석은 많은 한국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심리학에서는 에릭 에릭슨이 제안한 생애주기에 따른 정체성 확립 과정 이론이 있다(Erikson, 1968).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인간의 발달 과정을 8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마다 중요한 심리적 과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기에는 '정체성 대 역할 혼란' 단계로, 이 시기에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면 성인기에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한다(Erikson, 1968).

이 이론에 따르면 청소년기에는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좋아하는가', '무엇이 되고 싶은가'와 같은 중요한 질문을 던지며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이를 '영혼을 찾는 시기'(soul searching)라고 표현한다. 한국에서 대학교까지 나온 내 경험을 되돌아보면, 나는 내 영혼을 찾을 시간이 없었다. 내가 누구인가를 이해기 보다는 학생이라는 나의 주어진 역할을 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도태될듯한 불안감에 벅차하며 청소년기와 대학생과정을 보냇던것 같다.

한국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듯이,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달려야 했고,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사회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국인들은 자기 자신을 찾을 시간을 살아가는 데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지식을 쌓거나, 장시간 노동에 익숙해지도록 학생 때부터 한 자리에 앉아있는 연습을 하느라 모두 소진해버렸다.

이런 측면에서 젊은 사람들이 MBTI를 좋아하는 것은 자신에 대해 이해하고 싶은 본질적이고 자연스러운 욕구의 표현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성장하면서 부모 세대로부터 배워온 삶의 공식이 자신의 삶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에게 의미 있는 방식으로 삶을 꾸려나가고자 하는 것은 멋진 변화라고 생각한다.

한국인이 MBTI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인간이 세상을 언어로, 그리고 정돈된 범주에 넣듯 깔끔하게 스스로를 이해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상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싶어 하는데, 그래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뇌가 카테고리화하여 정보를 처리하는 것은 이미 뇌과학으로 잘 이해되어 있고, 우리는 MBTI가 제공하는 잘 정리된 정보로 자신을 이해하길 선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과몰입 금지"라는 자정적인 목소리처럼, 우리 개개인은 MBTI가 정의하는 것보다 더 풍성하고 더 신비롭고 특별한 존재들이다.

나는 한국 사람들이 MBTI를 통해 자신에 대해 알아가려는 욕구가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거기에 멈추지 말고 자신에 대해 계속 질문을 던지고 경험하며 자신의 특별함과 고유함을 알아가길 바란다. 그 소망을 담아 월트 디즈니의 명언을 남기며 마무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