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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상 Aug 10. 2024

교사 지원 시스템의 부재

- 교사가 보는 학교

안녕하세요? 상담실 운영자입니다.

보내신 메일에 대해 답변이 많이 늦어져 죄송한 마음입니다. 

반 아이 중 왕따를 당하는 학생에 대해 문의를 해오셨네요...

이곳 상담실에도 왕따를 당하거나 시키는 학생들의 메일이 종종 들어옵니다만 이렇게 담임선생님의 편지는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담임선생님으로서 학급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이런 경우 선생님이 갖고 계신 관심과 노력에 비해 특별한 해결점이 없어 답답하실 것도 같고요. 선생님의 노력도 우선은 왕따 학생이 어떤 노력이 있어야 좀 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왕따 당사자가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그에 대해 담임선생님이 왕따 학생과 왕따시키는 학생들에게 적절하게 개입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담임선생님이라고 해서 학급의 모든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어렵다 해도 선생님처럼 왕따 학생에게 관심을 갖고 이렇게 문제를 고민하는 모습이 보니 선생님의 노력이 느껴져 조금은 든든한 마음도 듭니다.

이 문제는 왕따 학생의 적응하려는 노력과 그리고 학급 아이들의 이해와 같이 친구가 되려는 노력으로 해결이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이런 노력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입해서 도와줄 것인지 선생님이 많이 고민해야 할 문제인 거 같네요.


한국 ***상담원 사이버상담실 올림.



담임을 맡고 있었던 학급에서 난처한 왕따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석사 과정에서 상담학을 공부하였고, 상담에 관심이 있어 나름 꽤 공부를 더 하였지만 실제 내가 맡고 있는 반에서 일이 벌어지니 생각만큼 일이 쉽게 풀리지가 않았습니다. 해서 상담 공부할 때 관심을 갖고 수시로 참여하고 귀동냥을 했었던 상담 센터에 혹 더 좋은 해결책을 제공해 주지 않을까 하고 도움을 청한 경우입니다. 그때만 해도 막상 일이 닥치니 마땅하게 도움을 받을 만한 곳이나 사람이 쉽게 떠오르지 않아 겨우 생각해낸 도움처였습니다. 담임을 안 한지 오래되어서 지금의 시스템은 잘 모르지만, 내가 아는 한 학교폭력이나 왕따 문제 등 교사들이 격을 수밖에 없는 어려운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줄 수 있는 전문적 시스템은 아직도 준비되어 있지 않는 듯합니다. 


예방까지 기대하지 않을지라도, 실제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조차도 교사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갖춰져 있지 않고, 지원 시스템의 자동적 작동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교사들의 교육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단지 도움을 청하라는 몇 개의 전화번호만 던져져 있을 뿐 오롯이 교사들, 특히 담임들의 몫입니다. 특히 담임들의 경우 학급 운영에 있어 감당하지 못하는 어려운 문제들이 생겨나고, 때로 뭔가 문제를 안고 있는 아이가 있으면 어떻게든 담임이 혼자서 대처하려 하거나 문제를 떠맡으려는 경향이 강해서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지원 시스템의 부재에 익숙해진 교사들도 일이 닥치면 적극적으로 전문적인 도움을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자신만의 경험과 식견에 의존하거나, 아예 주먹구구식으로 가볍게 대처하려고 하는 자세를 우선적으로 취하게 됩니다. 완벽한 지시적 행정으로 모든 학교 운영에 철저히 관여하는 교육청이나 교육부가 학교 현장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충분히 예상 가능한 교사들의 어려움에 대하여는 전문적인 지원 시스템 대신, 교사들이 스스로 알아서 대처하라는 철저한 자율권(?)을 부여하고 있는지 참 아이러니합니다.  


2007년 핀란드에서 남자 고등학생이 총기를 난사하여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가해자 학생을 비난하는 대신 고등학교 올라가서 학업부담이 늘었음에도 정신건강 관리를 제대로 해주지 못한 것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동시에 자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고민하기 시작하였고, 동시에 교사에 대한 정신적 지원에 관한 논의도 이루어졌다 합니다. 그 결과 학교와 교사가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없게 한다는 취지하에 교내의 문제에 대하여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해서 문제 해결에 임하는 시스템을 철저히 갖추고 있습니다. 전문가를 포함하는 실질적인 팀이나 위원회들, 심지어는 아이들은 관리할 수 있는 카운슬링 프로그램이나 소프트웨어까지 만들어 체계적인 접근,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하다못해 핀란드에서는 조금이라도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나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가 발견되면 보조교사가 교실로 들어와 공부를 돕거나 필요한 경우 다른 교실에서 보충 수업을 실시합니다. 이처럼 이해가 느리거나 못하는 아이들을 최대한 배려하고 조기에 도와줌으로써 문제가 커지는 것을 미리 막는 시스템이 작동된다 합니다. 한 아이도 놓치지 않으려는 부러운 예방 시스템입니다. 또한 교사 양성 과정에서부터 이미 교육실습생들도 아이들이 갖고 있는 작고 알아채기 어려운 문제들조차도 조기에 발견하고 확실하게 보완, 대처할 수 있도록 훈련한다 합니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가 맡고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그리고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이 어떠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도 학교폭력 같은 교내 문제들을 대처하고자 하는 위원회들을 갖추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형식적이고 의례적으로 존재하면서 기능은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교사들 지원시스템이라기 보다는 시간만 빼앗는 허울 좋은 위원회만 많습니다. 우리 학교의 경우도 세어보니 생활부장이 참여하는 20여 개 이상의 위원회가 존재합니다. 예방하고 도움을 주는 기능이라기보다는 그저 사후 약방문식으로 아이들을 징계하고, 처벌하는 것에 중점을 둔 위원회들입니다.  우리도 전체 학교는 아직 아니지만 아이들의 정신적인 문제에 대한 상담을 제공하는 ‘위 클래스’가 있어 상담 교사가 배치되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아직 전문 교사가 배치되기보다는 계약직 상담원이 맡고 있습니다. 또한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교사들이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유기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체제라기보다는 일부 아이들이 편하게 찾아와 놀고 갈 수 있는 그런 정도인 듯합니다. 

한참 늦었지만 이제라도 우리도 학교 지원 시스템, 또는 교사 지원 시스템을 어떻게 체계화, 활성화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일회성 소모 비용은 엄청나지만 기본적인 인프라에는 투자하지 않는 모순적인 예산 배정의 결과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교사 지원 시스템이 부재하는 경우 단위학교에서 교사를 지원하고 책임져야 하는 교장의 전문성에 의지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합니다. 최근 교사들의 잇따른 불행한 죽음도 모든 문제를 혼자서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교사 지원 시스템의 부재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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